北이용호 외무상, 트럼프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개 짖는 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1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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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대해 “개 짖는 소리”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이용호 외무상은 맨해튼 호텔 투숙에 앞서 기자들에게 “개들이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며 “개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 생각했다면 그야말로 개꿈”이라고 말했다.

영화로도 제작된 마거릿 미첼의 미국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등장하는 “개가 짖어도 행렬은 나간다(The dogs bark, but the caravan moves on)”라는 구절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맹비난한 것이다. 1993년 뉴욕에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문제로 첫 북미 협상이 열렸을 당시 강석주 당시 북 외무성 부상도 미국 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앞에서 이 구절을 영어로 읊었고, 2007년 6자회담장에서도 북한 대표로 나왔던 김계관 당시 부상이 이 말을 인용했다.

이 외무상은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조롱한 데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극우 성향의 측근인 스티븐 밀러 수석 정책 고문을 비롯해 연설문 작성에 관여한 백악관 실무팀까지 비난한 것이다.

이 외무상은 19일 고려항공편으로 경유지인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하루를 묵고, 중국항공편으로 이날 뉴욕에 도착했다. 이 외무상은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 대사의 안내를 받으며 입국장이 아닌 출국장으로 들어왔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는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별도의 경호를 요청하는 등 취재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외무상은 22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자국의 핵·미사일 개발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도발을 정당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23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한 뒤 북한과 교류하는 제 3세계 국가들과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모았던 북미 간 ‘뉴욕 접촉’도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초까지만 해도 이 외무상이 뉴욕을 방문하면 비밀 접촉라인이 재가동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북한의 두 차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발사와 6차 핵실험 이후 대화의 문은 닫혀있는 상태다. 한 외교 소식통은 “7월에 미국이 북한 억류자 송환 문제 논의를 위해 북한에 보낸 이후 양측의 교신을 끊긴 상태”라며 “북한이 외교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들기 전까지는 대화국면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동안 북한의 대표와 유엔에서 아주 제한적인 접촉이 있었지만 북한의 내부 의사소통 과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서 불량국가(Rogue Nation)으로 지목된 이란도 반격에 나섰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핵 합의가 국제정치의 ‘불량배 풋내기(rogue newcomer)’에 의해 파괴되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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