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의 뉴스룸]3년 뒤 도쿄 올림픽은 벌써 떴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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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부 기자
이승건 스포츠부 기자
새해 신사 참배를 마친 일본의 고교 동창 여성 3명. 도쿄 하라주쿠 근처의 ‘TOKYO 1964’ 동판이 붙은 오륜교를 지나다 멈춰 대화를 나눈다. “올해가 몇 년이지?” “2017년” “악! 그럼 도쿄 올림픽이 3년 뒤?”

올해 서른이 된 이들은 2013년 도쿄 올림픽이 재수 끝에 유치를 확정했을 때도 함께 있었다. 한껏 들뜬 채 “오모테나시”를 외치며 축배를 든 그들은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미래를 얘기했다. 연애, 결혼, 출산….

당시의 7년 뒤는 장밋빛이었지만 지금까지는 달라진 게 없다. ‘오륜교 대화’ 이후 꿈을 꾸다 깬 주인공이 이렇게 절규한다. “혼자 도쿄 올림픽을 본다고?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일본 NTV에서 방영된 ‘도쿄 타라레바 아가씨’(원제: 東京タラレバ娘) 첫 회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세상에 넘쳐 나는 게 멜로드라마라지만 그래도 주인공들의 연애 목적이 도쿄 올림픽이라는 데 눈길이 갔다. 덧붙여 그들이 건배를 하며 외친 오모테나시(대접, 환대)는 2013년 유치 당시 일본 대표단 프레젠테이션의 주제였다. ‘손님들을 소중하게 모시겠으니 표를 달라’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이쯤 되면 도쿄 올림픽 홍보 드라마라 할 만하다. 그것도 시청률에 목을 매는 민영방송 작품이라니….

드라마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시작부터 대놓고 도쿄 올림픽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일본에서 도쿄 올림픽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11%가 넘었다. 1분기 전체 4위였다.

일본은 올림픽을 위해 총리부터 발 벗고 나섰다. 아베 신조 총리는 유치 이듬해 열린 2014 소치 겨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했고, 2016 리우 올림픽 폐회식에는 슈퍼마리오 복장을 한 채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본 국내에서는 기업들의 후원을 독려해 일찌감치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다. 물론 그의 행보에 여러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지만 사랑받는 도쿄 올림픽이 부럽긴 하다.

직접 유치에 성공한 아베 총리와 달리 전임 정권의 업적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겸 패럴림픽 성공을 위해 뭘 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조직위원회, 강원도, 개최 도시만 몸이 달았던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은 아베 총리는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함께한 소치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유는 ‘업무가 많아서’였다. 아베 총리는 할 일이 없어 소치에 가고, 보통은 행정수반이 참석하지 않는 폐회식에 분장까지 하고 갔던 걸까.

여름올림픽과 겨울올림픽은 규모부터 다르다. 개최지가 수도인 도쿄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250여 일 남은 평창이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타라레바’는 ‘∼하면, 했다면’을 뜻한다. ‘만약 이랬다면 지금 이랬겠지’라는 가정과 망상, 후회가 동반되는 표현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이 없었다면, 대통령이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면 평창에 대한 국민의 사랑도 더 크지 않았을까.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있다. “후회는 그만하고 현실과 부딪치자”는 주인공들의 말처럼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이승건 스포츠부 기자 why@donga.com
#도쿄 올림픽#아베 신조#평창 겨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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