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만 1만통 ‘문자폭탄’… 여성의원에 성적 욕설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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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넘어 민주주의 유린이다.”(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

“이를 정치 쟁점화하는 게 오히려 잘못됐다.”(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

“문자 폭탄이 그립다. 그때가 전성기다.”(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송곳 검증했던 야당 청문위원들이 많게는 최근 1만 건에 가까운 ‘문자 폭탄’ 세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의당은 반복된 문자 테러에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이언주에 “다 울었냐” 새벽 문자

국민의당 이 부대표는 29일 의원총회에서 “주말 내내 문자 테러에 시달렸다. 한 1만 통쯤 받은 것 같다”며 “특정 학생을 집단 왕따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발언으로 문자 테러를 당하겠지만 할 말은 하겠다”고 했다.

이 부대표는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를 “도저히 팔아줄 수 없는 물건”이라고 평가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부대표는 대선 직전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하면서 일부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은 대선 때 민주당을 계파 패권세력이라 비판하며 눈물을 흘린 이 부대표를 조롱해 “다 우셨나요?” “먹튀, 나쁜 ×, 배지 내려놓고 당당하게 다시 시작하는 게 맞다” 등의 문자를 보냈다. 성적으로 비하한 문자도 많았다. 그는 새벽까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시달리다가 결국 다른 전화번호의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이태규 의원뿐만 아니라 김동철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문자 폭탄을 비켜가지 못했다. 또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을 검증한 한국당 경대수 의원은 청문회 도중 아들의 병역 면제 경위를 해명하는 신상 발언을 해야 했다. 김광수 의원은 “성숙한 참여민주주의 차원에서 문자를 주신 건 대단히 바람직하다”면서도 “특정인이 반복적으로 몇 개 계정을 이용해 욕설, 비아냥거림, 폭언, 협박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 “정당한 국민의 의사 연락” 시각도

‘문자 폭탄’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치인에게 문자를 보내는 행위를 국민들의 정치 참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자 ‘폭탄’이나 ‘테러’가 아닌 ‘문자 정치 참여’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연락 행위는 당연한 주권자의 권리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박광온 의원은 “테러, 폭탄으로 정치 쟁점화하는 것 자체가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다. 국민을 혼내고 가르치려는 갑질적인 태도로는 소통이 불가능한 시대”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이런 미온적 자세가 문자 폭탄 행위를 유도하거나 방임한다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일종의 양념 같은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김광수 의원은 “(문자 폭탄을 보내게 하는) 주체들이 이를 자제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자 발송을 자제시켜야 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글쎄요”라며 즉답을 피했고, 이에 다른 의원은 “다 알 만하지 않느냐”고 했다. 일부 극성 민주당 지지자 또는 문팬(문재인 팬)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한 의원은 “(문자 발송자를 특정할 수 있는) 물증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문자 폭탄을 받은 경험이 있는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처음에 좀 성가시긴 하지만 며칠 지나면 적응이 되더라”며 “요즘은 문자가 너무 없어 문자 폭탄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하루에 1만 개도 넘는 문자 폭탄 받을 때가 정치 전성기다”라고 올렸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문자폭탄#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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