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꿈꾸는 GK 송범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5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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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대표팀 송범근. 스포츠동아DB
U-20 대표팀 송범근. 스포츠동아DB
194cm 당당한 체격에 판단력·반사신경 굿
아르헨전 인생경기…“4강 신화 재현할 것”


온몸이 부서져라 뛰었다. 절박한 상대의 공격은 정말 매서웠다. 그러나 우리도 간절했다. 아낌없이 몸을 던졌고, 주저 없이 다리를 쭉 뻗었다. 잘 버텼고, 끝내 이겼다.

한국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2-1로 꺾고 2연승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신태용(47) 감독과 함께한 U-20 태극전사들 모두가 영웅이었지만, 골키퍼(GK) 송범근(20·고려대)의 투혼은 특히 눈부셨다. 2-0으로 앞선 후반 5분 마르셀로 토레스에 추격골을 내줬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키 194cm에 당당한 체격을 지닌 송범근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상대의 파상공세를 침착하게 막아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골문을 지켰다.

“패배는 용납할 수 없다. ‘3전승으로 조별리그를 끝낸다’는 의지로 버텨냈다.” 그야말로 ‘인생경기’였다. 슛을 19회(유효 8회) 시도한 아르헨티나는 1골을 따라잡는 데 그쳤다. 철벽을 뚫지 못했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공식 개막전에서 대한민국이 3-0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대한민국 송범근과 백승호(오른쪽)가 환호하고 있다. 전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공식 개막전에서 대한민국이 3-0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대한민국 송범근과 백승호(오른쪽)가 환호하고 있다. 전주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이번 대회까지 U-20 대표팀 체제에서 29경기(20실점)를 치른 송범근은 그 누구보다 유쾌하고 장난기도 많지만, 골문 앞에선 눈빛이 바뀐다. 아니, 아예 표정이 없다. 크게 충돌하고도 툭툭 털며 일어서고, 정확한 판단과 남다른 반사신경으로 완벽한 슛을 차단한 뒤에도 흥분하지 않는다.

오랜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백승호(20·FC바르셀로나)의 묵묵한 도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상대 공격수의 성향을 읽어야 할 때, 상대의 공격 패턴과 흐름을 체크할 때 곁에 포워드 동료가 있으면 엄청난 힘이 된다. 각도를 어떻게 좁힐지, 또 어디서 기다릴지 조언을 구할 수 있다. U-20 대표팀의 최대 약점으로 불안한 뒷문이 꼽힌 것도 송범근에게는 자극이 됐다. 독기를 품었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4강 신화를 재현하고, 한국축구 최초의 유럽 진출 GK가 되고픈 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대결할 잉글랜드 폴 심슨 감독은 “GK를 많이 괴롭히겠다”며 거센 공세를 예고했다. “괴롭힐 수 있으면 괴롭혀보라”고 응수한 송범근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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