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비정상의 정상화? 김성근 떠난 한화에 풀은 돋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5일 05시 30분


2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릴 ‘2017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 앞서 사의를 표명한 김성근 감독이 선수단과 인사를 마치고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릴 ‘2017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 앞서 사의를 표명한 김성근 감독이 선수단과 인사를 마치고 경기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김성근(75) 감독과 한화의 동행이 끝났다. 한화 구단이 23일 오후 김 전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김 전 감독이 한화 사령탑으로 취임한 2014년 10월28일부터 사표가 수리된 23일까지 938일 동안 그는 한화를 인기 구단의 반열에 올려놓으며 흥행에 큰 몫을 했다. ‘마리한화’라는 신조어도 여기서 탄생했다. 그러나 ‘혹사’와 ‘퀵후크’, ‘비정상’이라는 키워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상처를 입은 선수도 상당수였다. 이제 모든 걸 정상으로 돌려놓아야한다. 그게 지금의 한화에 주어진 과제다.

● 혹사를 설명하는 지표들

김 전 감독 재임 기간에 한화 계투진 40명이 무려 1210차례 마운드에 올랐고, 1476이닝을 소화하며 2만6354구를 던졌다. 이 기간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들 40명 중 권혁(215이닝)과 박정진(193이닝), 송창식(190이닝)은 나란히 3000구 이상을 던진 탓에 혹사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김 전 감독은 이를 선발자원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곤 했는데, 같은 기간에 선발등판한 투수는 총 23명이었고, 이들은 리그에서 가장 적은 경기당 4.1이닝(78.8구)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밥 먹듯이 퀵후크(3실점 이하의 선발투수 6회 이전 교체)를 단행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계투진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권혁과 배영수, 송창식, 안영명, 윤규진, 이태양, 임준섭 등의 투수들이 수술대에 올랐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들을 관리하기보다는 당겨쓰기에 급급했던 탓에 회복이 더뎠다.

한화 권혁-박정진-송창식(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한화 권혁-박정진-송창식(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구시대적인 훈련방식에 마침표 찍는다

김 전 감독의 훈련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선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부임 첫해인 2015시즌에는 원정경기를 앞두고 인근 고등학교 및 대학교를 빌려 특타(특별타격훈련)를 하기도 했다. 그 당시 취재진에게 특타 장소와 명단을 설명하는 것이 한화 구단 홍보팀 업무 중 하나였을 정도다. 시즌을 치르면서 ‘원정 특타’는 사라졌지만, 운동장 사용에 제약이 없는 홈경기가 끝나면 자정(야간경기 기준)까지 나머지 훈련이 이어졌다. 일요일 낮 경기(오후 2시)가 끝난 뒤에도 특타를 진행했다. 현장의 야구관계자들은 올 시즌 한화가 12차례 주말 홈경기에서 2승10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둔 데는 비상식적인 훈련패턴이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한번은 특타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퇴근길에 알았던 한 선수가 영문도 모른 채 2군에 내려갔던 적도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선수 육성,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 전 감독 재임 기간에 한화는 수많은 투·포수 유망주를 떠나보냈다. 조영우(SK), 임기영(KIA), 박한길, 최영환(이상 롯데), 김정민(SK), 정광운(삼성) 등의 유망주 투수들과 한승택(KIA), 김민수(삼성) 등의 포수 자원은 2차드래프트와 프리에이전트(FA)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로 팀을 떠났다. 김 전 감독 스스로 “선수가 없는” 환경을 만든 셈이다. 한화가 지난해 11월 박종훈 단장의 선임을 발표하며 “업무영역을 확실히 구분해 김성근 감독에게는 1군 감독 본연의 임무에 집중토록 하고, 박종훈 단장은 선수단 운영의 전반적인 관리 부분을 맡아 내부 유망주 발굴과 선수단의 효율적 관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박 단장은 수시로 서산 2군구장을 찾아 선수를 관찰하고 있는데, 이는 한화의 미래를 밝히기 위함이다.

야구계에는 ‘김성근이 떠난 자리에는 풀 한 포기 안 난다’는 말이 있다. 육성이 없다는 얘기다. 당장의 성과를 바랄 수는 없겠지만 이제부터라도 구단은 ‘풀이 돋아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게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이고, 구단이 살 길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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