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 김진표 “난 모터스포츠에 미친 놈…이젠 서킷이 더 익숙하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5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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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금호타이어 엑스타레이싱팀 김진표 감독이 이제는 무대보다 익숙해진 서킷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 | 금호타이어
자동차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금호타이어 엑스타레이싱팀 김진표 감독이 이제는 무대보다 익숙해진 서킷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제공 | 금호타이어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들 한다. 가수이자 방송인, 또 레이싱팀 감독이기도 한 김진표(40)는 이 명언을 2차례나 몸소 실천했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뮤지션으로 큰 사랑을 받았고, 이젠 그토록 아끼던 자동차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 모터스포츠와 사랑에 빠진 뮤지션 김 진 표

이세창 류시원 제안으로 시작한 모터스포츠
연예인 꼬리표 떼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
이젠 운전대를 놓고 레이싱 팀 감독에 전념
“좋아하는것에 미칠 수 있는 난 복받은 사람”


● 레이싱은 내 운명?

사진 찍는 취미를 가진 김진표는 경기장으로 출사를 다니다 이세창과 류시원의 제안에 연예인 레이싱팀 ‘알스타즈’에 첫 발을 들였다. 평소 산만한 성격이었던 그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레이싱에 곧장 매료됐다. 김진표는 “모터스포츠는 정말 단순 무식했다. 계속해 코너가 이어지니 스스로 자책할 순간도, 딴 생각이 들어올 틈도 없더라. 그만큼 나를 집중시켰다는 데에 스스로에게 깜짝 놀랐다”고 떠올렸다.

재능도 있었다. 2006년 겨우 3∼4차례 연습하고 출전한 생애 첫 대회 ‘스피드 페스티벌’에서 예선 1위, 결선 3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는 “좋은 스승(오일기)을 만났고, 성적이 나왔고, 가르쳐주는 대로 점점 빨라졌다. 레이싱에 완전 빠져 지냈다. 서킷이 있는 용인으로 이사를 갈 생각도 했으니까”라며 웃었다.

김진표는 이후로도 끊임없이 클래스를 높여 도전했다. 트로피가 늘어났고, 2010년 GM 대우 레이싱팀에 정식으로 입단했다. 진짜 카레이서로서의 커리어가 시작됐다. 2014년엔 신생팀 금호타이어 엑스타레이싱팀의 초대감독 겸 선수로 새롭게 출발했다. ‘지도자’의 직책까지 얻으며 업계의 인정을 받았다. ‘고속성장’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빠른 행보였다.

모든 도전이 그렇듯 시련도 있었다. ‘연예인’이라는 꼬리표였다. ‘후원’을 받아 레이싱을 즐기는 연예인들에 대한 드라이버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그러나 레이싱을 향한 강한 열망이 이를 넘어섰다.

“남들에게 비난 받는 게 싫어서 포기하기엔 레이싱이 너무 재미있었다. 답은 명확했다. 내가 더 빨라지는 거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계속 우승을 하니 시선이 바뀌더라. 연예인이 아닌 빠른 드라이버로 보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연예인이라는 생각을 했거나, 인기에 힘입으려는 얄팍한 생각이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정말 순수한 열정이었다.”

● 김진표와 음악, 그리고 자동차

레이싱 경력 10년차인 그에게 음악은 오히려 ‘취미’가 됐다. 1995년 그룹 ‘패닉’으로 데뷔해 이름을 알린 그로선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가수와 카레이서, 두 분야 모두에서 성공가도를 걸어온 그는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단지 좋아하는 일에 미쳤을 뿐”이라고.

어릴 적 ‘어린이’ 김진표는 유독 자동차를 좋아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자동차 잡지를 사 모았고, 유치원 시절에는 택시를 탈 때 자신이 원하는 차종이 아니면 타지도 않았단다. 여기에 한 술 더 뜬다. “중학교 때는 내가 원하는 차가 설 때까지 횡단보도를 안 건넜다. 그 차를 너무 보고 싶어서(웃음).” 이어 “차를 병적으로 좋아했다”고 고백했다.

김진표의 인생 모토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미쳐서 하자’다. 파란만장한 그의 삶처럼 화끈하다. 실제로 그는 음악에 미쳤고, 차에 미쳤다. 그리고 인정을 받았다. 김진표는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이 있으면 내 모든 걸 던졌다. 내 영혼을 불태워서, 날 가져가 달라면서. 하고 싶은걸 미쳐서 하면 뭐가 되더라. 그런 점에서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엑스타 레이싱팀 김진표 감독(오른쪽)이 소속팀 카레이서인 정의철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나란히 걷고 있다.사진제공 | 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 엑스타 레이싱팀 김진표 감독(오른쪽)이 소속팀 카레이서인 정의철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나란히 걷고 있다.사진제공 | 금호타이어

● 나는 더 미치고 싶다

올해부터 김진표는 운전대를 놓고, 감독직에 전념하기로 했다.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여전히 드라이빙에 대한 열망이 크다. 그러나 본인의 한계를 인정했다. 김진표는 최근 3년 동안 참가한 대회에서 라운드 내 3등으로 2차례 포디엄에 올랐지만, 시리즈 순위는 7위에 그쳤다. “우리 팀은 우승을 해야 하는 팀이다. 나는 한계를 보았으니 신인이나 진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드라이버에게 양보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담감도 크다. 엑스타레이싱팀은 ‘2016 CJ 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SK ZIC 6000 클래스에서 드라이버(정의철)와 팀 모두 챔피언에 올라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김진표(7위)가 선수 겸 감독으로 두 개의 타이틀을 동시 석권했으니 그가 감독직에만 집중하는 이번 시즌엔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는 “올해는 선수를 겸하지 않으니 핑계를 댈 것도 없어 더 부담이 된다”면서도 “지난해 창단 3년 만에 좋은 기록을 세웠으니, 이제는 명문 팀, 오래가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힘 줘 말했다.

엑스타레이싱팀은 지난 14일 전남 영암에서 열린 ‘2017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캐딜락 6000클래스 2차전에서 1·2위를 휩쓸었다. 출발이 좋다. 김진표는 “엑스타레이싱팀 감독직은 내게 큰 기회이자 소중한 직책이다. 이 마음이 변해선 안 된다. 모터스포츠가 연예계만큼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나는 여기서 큰 결실을 맺고 싶고, 지금까지도 잘 맺어왔다고 생각한다”며 확신에 찬 눈빛을 보냈다. 김진표가 한 번 더 미쳐보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영암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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