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감사원장 黑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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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부 마지막 해인 1992년 8월 감사원장을 연임한 김영준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바로 옷을 벗었다. 연임 6개월 만에 물러났으니 군부정권에서 문민정부로 권력이 바뀐 것을 실감케 했다. 헌법 98조 2항은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임기는 4년으로 하며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별법에서 임기를 정해 놓은 검찰총장 경찰청장과는 무게가 다르다.

▷노무현 정부에서 연임한 전윤철 원장도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서면서 연임 6개월 만에 중도하차했다. 대통령 임기가 3개월 남은 2007년 11월 새 원장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러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내린 연임 결정이었다. 이듬해 정권이 바뀐 뒤 MB 측이 나가 달라는 사인을 보내자 전윤철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독대한 뒤 사표를 냈다.

▷MB는 2010년 10월 김황식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발탁하면서 정동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감사원장에 내정했지만 국회가 반발하자 양건을 임명했다. 양건은 4대강 감사를 두 번이나 벌이면서 각각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놔 MB정부와 박근혜 정부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박근혜 청와대는 양건을 제치고 실세 사무총장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대통령 취임 6개월 만에 사표를 받았다. 대통령 임기(5년)와 감사원장 임기가 달라 권력교체기 감사원장 자리는 이처럼 홍역을 앓곤 한다.

▷감사원은 대통령이 힘 있을 때는 ‘대통령 공약 이행실태 감사’를 벌여 부처를 다그치고, 정권이 바뀌면 과거 정부 흠을 들춰내곤 한다. 과거 대통령은 한 달에 1, 2차례 하는 독대(수시보고) 시간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감사원장에게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4대강 정책감사 지시를 받은 황찬현 원장의 임기는 올 연말까지다. MB정부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들은 공직을 떠났고, 대통령기록물도 봉인된 마당에 감사원이 얼마나 감사 성과를 낼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과 사시 22회 동기로 같은 경남 출신인 황찬현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노태우 정부#대통령 공약 이행실태 감사#감사원장#4대강 정책감사#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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