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김성근은 938일 동안 한화에 무엇을 남겼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4일 05시 30분


코멘트
전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전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구단은 23일 오후 3시8분 “김성근 감독이 구단과 코칭스태프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4년 10월25일 김 감독과 3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하고 10월28일 공식 취임식을 가진 이후 938일간의 동행을 마무리한다는 의미다. 스포츠동아 취재결과 김 감독은 21일 대전 삼성전에서 7-8로 패해 4연패에 빠진 직후 구단에 “못 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2군의 운영방식과 훈련량을 놓고 구단 수뇌부와 충돌한 것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다. 김 감독 부임 당시 한화 구단은 물론 팬들도 그의 리더십에 큰 기대를 걸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지도력을 보여주길 바랐다. 그러나 한화는 김 감독체제에서 치른 331경기에서 152승176패3무(승률 0.463·8위)의 성적을 거뒀고, 2시즌(2015~2016시즌)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했다.

● 불펜야구를 빙자한 혹사

김 감독의 야구를 설명할 때 ‘혹사’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김 감독 재임 기간에 무려 40명의 계투진이 리그에서 가장 많은 1210차례 마운드에 올랐고, 투구수(2만6354개)와 이닝(1476이닝)도 1위였다. 계투진의 경기당 투구수도 81.1개로 단연 1위였다. 이에 따라 부상자가 속출했고, 권혁과 송창식, 이태양, 윤규진, 배영수 등 핵심 투수들이 줄줄이 수술대에 올랐다.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는 명목하에 이뤄진 수백 개의 불펜투구에 따른 후유증으로 고생한 투수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김 감독의 야구에 대한 대중의 반감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화 권혁-송창식-윤규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한화 권혁-송창식-윤규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퀵후크의 대중화

퀵후크(3실점 이내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내리는 것)도 한화의 불펜 중심 야구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김 감독 재임 기간에 한화 선발진의 경기당 소화이닝은 4.1이닝, 투구수는 78.8개였다. 올 시즌 들어 5이닝, 87.4구로 그나마 나아졌지만, 2015시즌 4.1이닝, 2016시즌에는 4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한마디로 선발야구와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그러다 보니 송창식과 박정진, 권혁이 혹사의 아이콘이 됐다. 조영우(SK)와 박한길, 최영환(이상 롯데), 임기영, 김광수(이상 KIA), 양훈(넥센), 김정민(SK) 등의 즉시전력 또는 유망주 투수들은 2차드래프트나 트레이드, 또는 프리에이전트(FA)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로 팀을 떠났다. 김 감독 스스로 투수가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한화 송은범. 스포츠동아DB
한화 송은범. 스포츠동아DB

● 탓·탓·탓

선수와 구단 탓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2군 운영방식과 훈련량을 놓고 구단과 이견을 보였을 때 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이 좋은 예다. 지난해 알렉스 마에스트리의 웨이버 공시에 따른 대체선수 영입을 앞두고 “구단에 돈이 없다”며 책임을 전가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의욕에 가득 찼던 선수들은 “선수가 없다”는 감독의 말 한마디에 사기가 꺾였다. 밤낮 없이 훈련을 강조하는 김 감독의 제지로 생애 한 번뿐인 웨딩촬영을 못 할 뻔했던 선수도 있다. 미디어에서 투수운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 “내부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김 감독과 함께하다 한화를 떠난 선수 일부가 “지금은 행복하다”고 한 것은 ‘김성근 리더십’에 흠집이 났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야신(野神)의 말로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한화 이태양이 30일 대전 넥센전이 끝난 뒤 특별 수비훈련을 했다. 이날 2회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는 과정에서 1루수 로사리오의 송구를 놓쳐 실점을 허용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1루 베이스 근처 흰 운동복이 이태양.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한화 이태양이 30일 대전 넥센전이 끝난 뒤 특별 수비훈련을 했다. 이날 2회 베이스커버를 들어가는 과정에서 1루수 로사리오의 송구를 놓쳐 실점을 허용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1루 베이스 근처 흰 운동복이 이태양.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