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빈 작가 “건달 장세출은 측은지심 지닌 캐릭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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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 만화 ‘롱리브더킹’ 임규빈 작가

임규빈 작가는 “장세출처럼 국민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는 정치인은 현실에서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서 (장세출이) 더 사랑받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위쪽은 ‘롱 리브 더 킹’의 몇 장면.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임규빈 작가는 “장세출처럼 국민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는 정치인은 현실에서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서 (장세출이) 더 사랑받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위쪽은 ‘롱 리브 더 킹’의 몇 장면.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지나치게 만화적이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대권에 도전하는 건달이다. 거기에다 항상 약자의 편에 서고, 타협이라곤 않는 대쪽 같은 성품까지 지녔다. 하지만 내용은 현실적이다. 한국 사회를 둘로 나눈 지역감정, 후보 단일화에서의 부당 거래, 비리에 연루돼 낙마하는 정치인들….

최근 출간된 만화 ‘롱리브더킹(Long Live The King·황제 폐하 만세·서울문화사)’ 얘기다.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롱리브더킹’을 그린 만화가 임규빈 씨(39)를 만났다.

“주인공 장세출이 지나치게 올곧고 바른 길만 가려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라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독자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현실엔 없는 인물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롱리브더킹’은 전라도 목포의 폭력조직 팔룡파 두목인 ‘장세출’이 대통령에 도전하는 내용을 그린다. 고졸, 건달, 흙수저, 전라도 출신 등 그를 수식하는 말들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장세출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이죠. 슬램덩크의 강백호 같은 캐릭터가 아닐까요. 정치물이라기보단 한 사람의 성장 드라마라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임 작가는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그런 그가 ‘호남 정치인’의 성장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 반항아’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대통령을 여럿 배출한 경상도보단 전라도가 정치권력의 상대적 약자이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했고요.”

주인공 장세출은 전직 대통령 오두식과 황태산의 조언을 얻어 정계에 입문한다.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는 국회 입성 후 신당을 창당한 다음 적진(敵陣)인 대구에 출마한다.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설정이다.

“안철수의 신당 창당과 김부겸, 이정현의 국회의원 출마 전에 그렸어요. 현실과 맞아떨어진 건 정말 우연이에요.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듯 지역 기반이 아닌 곳에 출마하는 건 예전에도 종종 있었죠.”

만화에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주인공은 5%의 지지율로 시작해 198표 차로 아깝게 낙마한다. 지역감정에 사로잡혀 호남 출신 정치인을 적대하는 대구 시민의 모습 또한 자세히 그려진다.

“한번은 대구에 계신 독자가 연락이 와선 대구 사람을 왜 이렇게 나쁘게 그리느냐고 항의한 적도 있습니다. 대구가 지역감정 때문에 다른 당의 인재를 못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인데, 제가 대구 사람이니까 그런 자아비판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까도 내가 까’라는 심정으로요(웃음).”

진부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건달 출신 정치인 장세출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뭘까. 임 작가는 “장세출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지닌 지도자”라고 했다. 장세출은 크레인 고공 농성을 하다 추락 위험에 빠진 노동자를 구하고 바쁜 선거기간 와중에도 하루 두 시간씩 보육원을 찾아가 아이들과 놀아준다. 뻔하지만 현실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3년 전 바다에서 수백 명의 국민이 죽어갈 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7시간 후에야 나타나는 모습에 우리 모두 분노했잖아요. 차기 대통령은 약한 모든 것에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부족하지만 선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장세출 같은 사람요.”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롱리브더킹#임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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