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문제적 작가 카프카, 실제론 허당이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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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것이 카프카/라이너 슈타흐 지음·정항균 옮김/424쪽·1만8000원·저녁의책

‘카프카적인(Kafkaesque)’이라는 어휘가 만들어질 만큼 독일 작가 카프카의 영향력은 크다. 자고 일어나니 벌레가 되었다는 ‘변신’, 신비한 힘으로 마을을 다스리는 성에 들어가고자 분투하는 ‘성’ 등 해석이 만만치 않은 그의 소설은 지금도 창작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이 책은 카프카 연구자인 저자가 조사하고 발굴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카프카의 일기와 가족과 친구, 애인에게 보낸 편지 등이 바탕이 됐다. 저자가 꼼꼼하게 수집한 이 자료들은 인간 카프카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카프카가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앞두고 선생님의 호주머니에서 시험에 출제될 문제를 ‘슬쩍’했다는 것, 훗날 세계적인 작가가 됐음에도 독일어 성적은 ‘미’ 이상을 내지 못했다는 것 등이 그렇다.

30대의 카프카는 아버지에게서 “차선(次善)인 여자와 결혼하느니 차라리 사창가에 가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실제로 사창가의 여자들을 찾았고 그곳 여성과 찍은 사진도 남겼다.

널리 알려진 얘기 중 하나는 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만난 소녀와 인형의 편지에 관한 사연이다. 인형을 잃어버리고 우는 소녀를 위해 그는 몇 주간 인형이 보냈다는 편지를 읽어준다. 물론 카프카가 대필한 것이다. 실제 편지는 전해지지 않지만, 카프카의 마지막 연인 도라 디아만트가 출간한 회고록을 통해 알려진 얘기다.

책이 전해주는 카프카의 다양한 일화들은 오히려 그의 작품의 비밀스러움을 돋운다. 인간적으로 평범하고 때로 허술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미궁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라이너 슈타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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