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유난 떤다” “일은 뒷전 아니냐”… 주위 눈총에 육아 숨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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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더 두드러진 ‘샤이 대디’ 현상 왜?

육아 성벽을 적극적으로 부수는 건 30대 젊은 아빠들이다. 맞벌이가 늘어 가정에서 ‘남자들의 할 일’이 많은 세대다. 자의 반 타의 반 육아에 동참한 남성들이다. 주목할 건 육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들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좋은 아빠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30, 40대 아빠들에게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상당수가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아버지’ ‘대화하고 싶은 아버지’라고 답했다.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젊은 아빠들은 경제적 뒷받침을 대가로 나 홀로 삶을 살았던 과거 아버지의 모습을 정답으로 보지 않았다.

육아에 적극적인 이유는 ‘아이에게서 얻는 행복감 때문’(44.7%)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나 ‘가부장적인 한국의 전통적인 아버지상이 싫어서’(25.5%)라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이전 세대와 다른 아버지가 되고 싶다” “돈 버는 기계 취급 받으며 가족 사이에 왕따가 되는 게 싫다” 등의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설문을 진행한 사단법인 ‘함께하는 아버지들’의 김혜준 대표는 “나이가 들수록 가정에서 점점 소외되는 자신들의 아버지를 보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낀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육아에 충실한 아버지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설문에 응한 아빠들은 남성 육아의 걸림돌로 ‘유난 떤다고 보는 주변 시선’(40.5%) ‘충성과 헌신을 요구하는 직장 분위기’(36.2%) 등을 꼽았다. 육아를 좋아하는 걸 드러낼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샤이 대디’의 출현 이유를 두고 “맞벌이 시대에 남자들의 가사와 육아 분담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내 직장 동료가 일보다 가정에 우선하는 건 싫어하는 모순적인 감정이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육아를 잘하는 남성이 멋진 남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아직까지 육아와 업무 성과를 반비례로 본다. 가정에 충실할수록 일을 못한 거라 보는 거다. 평가권한을 가진 상사들이 옛날식 육아법에서 탈피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 도남희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부성에 대한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스스로 빠르게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서 남성들의 육아 참여를 격려하는 직장 풍토 개선이 필수다”라고 강조했다.

남성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가 저출산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건 연구 결과로도 확인됐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 조사 결과 둘째와 셋째 출산 계획이 있는 가정은 아빠의 양육 참여도가 평균보다 높았다. 도 박사는 “저출산 해결의 실마리는 한국에서 샤이 대디 현상을 없애는 것에서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샤이 대디#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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