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편 가정은 다문화 혜택 못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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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서 봉사의 길 걷다가 양지로 나온 부부
황남영-바띠씨 6년만에 웨딩촬영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방글라데시 출신 남편과 한국인 아내 부부에겐 여전히 벽이 높아요. 사람들 시선이 무서워 음지에서 살던 저희 부부는 봉사활동을 하며 양지로 나올 힘을 얻었습니다.”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웨딩스튜디오에는 부부가 된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하얀 드레스와 검은 턱시도를 입어 본 황남영(32), 사로와 바띠 씨(38) 부부가 서 있었다. 삼성카드가 ‘특별한 부부’를 선정해 무료로 웨딩촬영을 해주는 이벤트에 이들이 뽑힌 것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7년 송파구청에서 주최한 다문화가정 행사. 무역업을 하는 삼촌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남편은 우연히 행사장을 찾았고, 친구를 따라온 황 씨를 만났다. 선한 인상과 미소에 반한 두 사람은 1년도 되지 않아 결혼을 약속했다.

2008년 3월 혼인신고를 하고 신혼집을 차린 뒤부터 이들은 ‘동남아인과 사는 한국인 여자’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손을 잡고 지하철을 탈 때면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지팡이로 때리는 노인도 있었다. 부모조차 등 돌리고 6개월 넘게 연락을 끊었다.

“더 서러웠던 건 한국 사회에서 우리 가정은 다문화가정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교육이나 취업 알선 같은 온갖 지원이 결혼 뒤 이주한 외국인 여성이 있는 다문화가정에만 쏠려 있더군요.”

황 씨는 외국인 남편의 한국 정착과 취업을 도우면서 홀로 돈을 벌어 가정을 이끌어가는 ‘가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수도권 직업학교에 일일이 전화해 남편이 공부할 곳을 찾았고, ‘한국어 교사’ 자격증까지 준비해 가며 남편을 직접 가르쳤다.

사람들 시선을 피하기만 했던 부부는 봉사활동을 시작하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인 ‘모두도서관’을 찾아 결혼이주여성 자녀들을 돌보고 있다. 황 씨는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매년 풍선 아트, 리본 아트, 비누 만들기 같은 온갖 자격증을 섭렵하다가 지난해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땄다. “아이들 상처를 보듬어주고 다양한 다문화가정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우리 마음도 치유됐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다문화가정#외국인 남편 가정#혜택#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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