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우들이 한푼두푼… 천금보다 값진 ‘십시일반 장학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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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의 특별한 장학금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경영관 앞마당에서 학교발전홍보대사 ‘S-ANGEL’ 학생들이 생활형편이 어려운 재학생에게 주는 장학금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성균관대 제공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경영관 앞마당에서 학교발전홍보대사 ‘S-ANGEL’ 학생들이 생활형편이 어려운 재학생에게 주는 장학금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성균관대 제공

직전 학기 성적이 4.3(만점 4.5)이 나와 성적우수장학금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올봄부터 학자금대출(350만 원)을 받기 시작했다. 전북 군산에서 서울에 와 월세 45만 원짜리 방에 살고 있다.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 100만 원가량이 드는 생활비를 충당해왔다….

장학금을 받게 된 소감을 덤덤히 얘기하던 이모 씨(20)는 갑자기 목이 메었다. 5월 재학생을 상대로 한 교내 장학금 모금 프로젝트에 모인 돈이 어떤 돈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우들이 밥값, 커피값 등을 아껴가며 모아준 돈이었다. 이 씨는 “장학금이 어떻게 마련됐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며 “친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기관장학금을 받아본 그에게도 학우들이 십시일반 마련한 장학금이 주는 감회는 남달랐다.

이 씨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GIVE TO CHANGE’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다. 성균관대 재학생이 모금을 통해 마련한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이다. 이 씨를 비롯한 재학생 3명이 각각 200만 원을 받는다.


이 장학금 600만 원은 재학생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적게는 100원, 많게는 18만 원을 기부해 마련했다. 성균관대 학교발전홍보대사 ‘S-ANGEL’ 학생 37명은 5월 17일부터 8일 동안 인문사회(서울)·자연과학(수원) 캠퍼스에 각각 부스를 만들어 모금 활동을 벌였다. 학생 약 300명이 동참해 240여만 원을 모았다. 개인 기부액은 대체로 1만 원 전후였다. 최고액도 하루 500원씩 365일간 아끼겠다는 뜻으로 6명의 재학생이 낸 18만 원이었다. 여기에 2014년 9∼12월 학생 230여 명이 기부한 장학금 780만 원 가운데 남은 380만 원을 더했다. 모금에 9000원을 냈다는 재학생은 “학업, 취업으로 경쟁만 알고 사는 요즘 같은 때에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적지만 기쁘게 기부했다”고 말했다.

장학금 대상자도 학생들이 직접 뽑았다. S-ANGEL 학생들은 장학금 신청을 했다가 아쉽게 탈락한 학생을 학교로부터 추천받거나 장학금신청서를 낸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자기소개, 생활수준, 학교성적 등을 살폈다. S-ANGEL 최지훈 회장(20)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지원자의 향학열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GIVE TO CHANGE 장학금 프로젝트는 2014년 성균관대 재학생 성세운 씨(28·행정학과) 등 7명이 기획했다. 소액기부를 통해 기부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 주변 사람들과 정을 나누자는 취지였다. 2015년 1학기 재학생 2명에게 각각 200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듬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들이 모두 취업해 잠정 중단됐다. 올해 성 씨가 학교를 찾아와 다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S-ANGEL에서 이를 받아들여 장학금 프로젝트는 부활했다. 최 회장은 “좋은 취지였기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며 “‘학생이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 하나의 전통이자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성균관대#장학금#십시일반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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