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논문 피인용수 높은 순서 매겼더니… 젊은 연구자 성과 빛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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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 등재 논문 질적 평가 결과

A 교수는 최근 2년간 논문을 5편, B 교수는 1편 썼다. 많은 대학은 같은 전공의 두 교수를 다르게 평가한다. A 교수는 연구가 왕성하고 B 교수는 실적이 부진하다고. 양이 평가의 주요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피인용 수를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 교수 논문은 다른 연구자가 한 번도 인용하지 않았고, B 교수 논문은 15번이나 인용됐다. B 교수의 연구 수준이 더 높은 셈이다.

동아일보는 28일 최초로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최근 10년간(2007∼2017년) 등재된 논문 101만1526건 중 경영학 경제학 교육학 법학 사회학 신문방송학 정치외교학 행정학 8개 분야별 총피인용 수가 높은 연구자를 100명씩 분석했다. 3040(30∼49세)의 젊은 연구자가 240명 꼽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세연 의원(바른정당)을 통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2017년 KCI 인용데이터 분석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다.

국내 대학은 교수를 평가할 때 논문의 질보다 양을 따진다. 연구 기간이 짧은 3040 연구자가 우대받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질적 평가인 총피인용 수를 고려했더니 이들의 이름이 빛났다.

○ 융·복합하고 새 분야 개척

총피인용 수는 한 연구자가 쓴 논문을 타인 또는 본인이 인용한 횟수다. 총피인용 수 상위 100명 중 3040 연구자가 많은 분야는 신문방송학(41명) 행정학(39명) 경영학(30명) 법학(29명) 교육학·사회학(각 28명) 경제학(24명) 정치외교학(21명) 순이었다.

총피인용 수 상위권에 오른 3040 연구자 논문은 여러 학문을 융·복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문방송학 분야 총피인용 수 상위 100명 중 최연소자인 이정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교수학습지원센터 책임연구원(36·2위)의 ‘사이버 언어폭력 의도에 관한 연구’는 53회 인용됐다. 이 연구원은 “주제가 청소년학, 교육학 등과도 연결돼 있다”고 했다.

법학 분야 최연소자인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37·6위)가 2010년 쓴 ‘학교폭력대책법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26회 인용됐다. 박 교수는 “법 분야 논문이지만 교육학 청소년학 등 다방면에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총피인용 수가 높은 3040 연구자 논문의 또 다른 특징은 미개척 분야를 발굴했다는 점이다. 신우열 한림대 정보기술과문화연구소 연구교수(36·80위)의 ‘회복탄력성 검사지수의 개발 및 타당도 검증’은 107회 인용됐다. 신 교수는 “회복탄력성 지수를 처음 개발해서 다른 연구자가 이 개념을 측정할 때 인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총피인용 수 고려하면 3040 빛나

KCI에 등록된 전체 논문 133만1746건에 대한 KCI 인용지수(IF·Impact Factor)는 2012년 평균 0.59에서 2016년 0.65로 늘었다. KCI IF는 미국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처럼 국내 학술지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수다. 학술지에 실린 논문의 인용 횟수를 논문 수로 나눈 수치다.

한국연구재단은 2011년 처음 KCI IF를 산출했다. 이후 일부 대학에서 교수를 평가할 때 논문의 편수뿐 아니라 해당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IF를 고려한다. 얼마나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는지 보는 것.

그런데 2012∼2016년 한 번도 인용되지 않은 논문 비율은 86.72%에서 85.75%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KCI에 등재된 논문 10개 중 8개는 타인은 물론이고 저자 본인의 후속 연구에도 인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전히 교수 평가에서 논문의 편수가 더 강조되다 보니 논문이 질보다 양 위주로 양산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교수 평가에서 총피인용 수까지 고려해야 3040 연구자를 많이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권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어도 인용되지 않으면 연구 성과가 좋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교육학 분야 최연소자인 탁정화 동양대 유아교육과 교수(34·90위)는 “총피인용 수를 교수 평가에 활용하면 여러 학제를 융복합하는 주제를 택한 젊은 연구자가 많이 발탁될 수 있다”고 했다.

처음 KCI IF를 산출했던 배영찬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학부총장은 “학과를 평가할 때도 소속 교수의 논문 피인용 수 총합으로 하는 게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논문 피인용수#kci 등재 논문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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