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국방관계자, 주한미군 문제 함부로 발언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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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병력 일부를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던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우리 국방부에 공식 해명을 했다. 그는 “주한미군 전력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주한미군의 이동배치 발언은 용산 기지에서 미군 장병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공식 답변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발언의 파장은 가라앉았지만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멀린 합참의장의 당초 언급은 지난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때 채택한 공동성명은 물론 미국 정부 방침에도 정면 배치된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번에 2만8500명의 현 주한미군 병력의 유지를 재확인하면서 “유사시 세계 전역의 가용(可用) 미군 병력과 능력을 한국에 증강 배치하겠다”고 확약했다. 또 “한국이 완전한 자주방위 역량을 갖출 때까지 미국이 보완전력을 계속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바로 같은 날 멀린 합참의장은 주한미군의 이전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개인적 견해차에 불과할 수 있지만 한국의 아프간 전투병 파견을 유도하기 위해 역할 분담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주한미군을 전 세계적인 ‘전략적 유연성’의 대상으로 삼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인지도 모른다. 발언의 배경이 무엇이든 주한미군의 존재와 병력 규모는 우리의 안보와 직결돼 있다. 우리가 매년 막대한 미군 주둔비용을 부담하고 용산 기지의 평택 이전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며 미군 파병 지역에 대한 지원 문제에 고심해 온 것은 이 때문이다.

주한미군 병력에 관해서는 작년 4월 이명박-조지 W 부시 정상회담에서 작년 말까지로 예정됐던 3500명 추가 감축 계획을 동결해 2만8500명 선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두 달 후인 6월 이상희-게이츠 국방장관 회담과 12월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에서도 재확인됐다. 게이츠 장관은 “주한미군의 변화와 관련된 사안은 한국 정부와 충분한 협의 및 논의 없이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올해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방침을 승계할 뜻을 분명히 했다.

멀린 합참의장의 말은 사려 깊지 못했다. 미 국방 관계자들이 비슷한 발언으로 우리의 안보 불안감을 높인 사례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다른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한국에 요구할 것이 있으면 공식석상에서 터놓고 협의하는 것이 동맹의 정신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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