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연예인이 아닌 내가… ‘우결’ 주인공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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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예능” 유튜브 달구는 일반인 멀티 엔터테이너

유튜브로 방송되는 ‘다수쇼’의 한 장면. 가상 결혼프로그램 ‘신채계약서’의 두 주인공 신동훈 씨와 채희선 씨가 출연한다. CJ E&M 다이아TV 제공
유튜브로 방송되는 ‘다수쇼’의 한 장면. 가상 결혼프로그램 ‘신채계약서’의 두 주인공 신동훈 씨와 채희선 씨가 출연한다. CJ E&M 다이아TV 제공
 ‘죽느냐 결혼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본격 계약 동거 버라이어티.’

 낯선 얼굴의, 연예인은 아닌 남녀가 화면 속에 등장한다. 이들은 ‘결혼 계약’을 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선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결혼의 조건’을 들이민다. 남자는 비뇨기과에서 성 기능이 온전한지 정자 인증서를 받아와 ‘남편의 조건’을, 여자는 노량진 어시장에서 회를 직접 떠서 ‘아내의 조건’을 충족한다.

 남자의 이름은 신동훈(27), 여자의 이름은 채희선(25)이다. 이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은 이른바 ‘신채계약서’. ‘신’동훈과 ‘채’희선이 만나 결혼 계약을 한다는 설정이다.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진다. 가상 부부의 결혼생활을 다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MBC ‘우리 결혼했어요’와 유사하다.

신동훈 씨
신동훈 씨
 “신동훈 씨는 2009년 무한도전 ‘돌+아이(I) 콘테스트’에서 만났어요. 그때 최종 라운드까지 올라가서 그렇게 인연이 됐죠. 2013년에 다시 만났는데 그때부터 연인 콘셉트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어요.”(채 씨)

 대학에서 공연예술학을 전공한 채 씨의 원래 직업은 리포터다. 지방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활동하는 그는 어릴 때부터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쉽진 않았다.

 “리포터나 MC 같은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텔레비전에 나오려면 개그맨, 탤런트 시험에 통과하거나 기획사 오디션을 봐서 연예인이 되어야 했죠.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런 채 씨가 처음 크리에이터(Creator) 일에 뛰어든 건 2015년 2월이다. 여기서 크리에이터는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생산하고 업로드하는 창작자를 가리킨다. 1인 방송 제작자에게 이 명칭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동영상의 창작자일 뿐 아니라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매개로 팬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역할도 함께 해서다.

 ‘돌+아이(I) 콘테스트’에서 만난 신 씨와 다시 만나면서 채 씨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신동훈 씨가 크리에이터 그룹인 ‘쿠쿠크루’ 멤버였는데 함께 영상을 찍어 올리지 않겠느냐고 물어봤어요. 죄다 남자 멤버밖에 없어 홍일점으로 영상에 나오기 시작했죠. 주로 동훈 씨 여자친구 역할이었어요.”

 채 씨의 ‘유튜브 남자친구’인 신동훈 씨는 이미 오래전 ‘싸이월드’로 데뷔한 프로 인터넷 방송인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게 취미였다는 신 씨. “셀프카메라 느낌으로 찍어서 당시 ‘핫’했던 싸이월드에 올렸어요. 그때 만 명 정도가 일촌신청을 했죠. 지금으로 치면 페이스북의 팔로어와 같은 거죠.”

 영상 찍는 걸 즐겨했던 신 씨는 대학도 사진·영상과로 진학했다. 연출 지식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연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재밌었어요. 주제는 일상, 유머 이런 거죠. 최근엔 ‘12시 내 고향’이라는 콘셉트의 동영상을 만들었어요. 밤 12시에 어디에서 뭘 하고 놀아야 하는지, 그런 내용을 담은 콘텐츠예요.”

 제작과 출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이른바 멀티 엔터테이너인 이들이 함께 시작한 프로그램은 다이아TV의 ‘신채계약서’다. CJ E&M에서 MCN 채널로 올해 출범한 다이아TV는 두 사람처럼 일반인 크리에이터와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반드시 연예인이 아니어도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만한, 이른바 ‘인플루엔서(influencer)’들과 아이디어 회의부터 기획, 제작까지 함께한다.

 기타 예능 프로그램과 콘텐츠 내용이나 콘셉트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다른 점도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기획부터 제작 과정에까지 참여한다는 점.

 “‘신채계약서’ 초기 기획은 다이아TV에서 해주셨어요. 그런데 기획회의에도 항상 참여하고, 촬영은 2, 3주에 한 번씩 합니다. 촬영 전에 두 번 이상 직접 만나서 회의도 하고요.”(신 씨) “단체 카톡방에서 실시간으로 회의해요. 새벽에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 메시지를 보내죠. 또 저희가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내면 촬영에서 적극 반영해요. 제작진과 크리에이터가 함께 만들어가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해요.”(채 씨)

 이들은 ‘신채계약서’ 외에도 자기만의 채널을 갖고 있다. 채 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31만 명을 넘어선다. 채널 이름은 ‘채채(Chaechae)’. 이 채널에서는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찍어 올린다.

채희선 씨
채희선 씨
 그가 올리는 콘텐츠 주제는 주로 ‘최초 더러움 참기 도전’ ‘추억의 불량식품(=문방구과자) 리뷰’ ‘400g 대용량 아이클레이로 거대 액체괴물 만들기’ 등이다. 일반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다루지 않는 독특한 주제가 주를 이룬다. “일주일에 2, 3개 정도는 꾸준히 만들어 올리려고 노력해요. 콘텐츠의 질도 중요하지만 성실함이 제일 중요해요. 구독자들은 다음 영상을 늘 기다리거든요.”

 신 씨 역시 자신의 이름을 딴 채널을 갖고 있다. 그 역시 자기만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영상을 주로 찍는다. ‘파멸의 어린이집 선생님 체험’ ‘광주의 밤 문화를 즐겨봤습니다’ ‘아이돌 콘서트 처음 가봤습니다. 에이핑크 사랑해’ 등이다.

 조회수는 적게는 1만5000회에서 많게는 60만 회를 넘는다. “아직은 채널을 만든 지 얼마 안 돼서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벌어요. 조회수 많이 나오면 많이 버는 그런 구조니까요.”

 반면 채널을 만든 지 2년째 되는 채 씨의 수입은 적지 않은 편이다. “구체적인 액수는 말씀드릴 수 없고요.(웃음) 친구들이 그러는데 대기업 대리 이상만큼은 번다고 하더라고요. 연봉으로 따지면 그렇대요.”

 남들 웃기는 걸 좋아하고 콘텐츠 만들어 올리기 좋아하는 두 사람의 소망은 같았다. “좋아하는 영상 찍으면서 계속 살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 그런 생각 잠시 했었는데, 돈을 못 벌겠지 하는 생각이었어요. 근데 지금은 가능해졌잖아요.”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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