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 뒤 짙은 그림자… 디바의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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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휘트니’

휘트니 휴스턴과 보비 브라운의 결혼식 때 모습. 양옆에 선 이들은 휘트니의 부모다. 휘트니가 영화 ‘보디가드’로 세계적 스타가 되면서 보비와의 관계는 삐걱거리고 결국 파경에 이른다. 판씨네마 제공
휘트니 휴스턴과 보비 브라운의 결혼식 때 모습. 양옆에 선 이들은 휘트니의 부모다. 휘트니가 영화 ‘보디가드’로 세계적 스타가 되면서 보비와의 관계는 삐걱거리고 결국 파경에 이른다. 판씨네마 제공

무대에서 노래 한 곡을 부르는 시간은 길어야 대략 10분. 화려해 보이는 디바의 삶 대부분은 이 짧은 시간을 제외한 무대 밖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우리는 무대 위의 모습으로 그를 평가한다. 무대에서의 디바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지만, 세월이 흐르면 결점을 찾아내 비난하고 결국에는 외면한다.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휘트니’는 그런 휘트니 휴스턴(1963∼2012)의 기구한 삶을 차분하게 그린다.

영화는 갓 데뷔한 휘트니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가 고음을 내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는 순간, 1960년대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게토에서 일어난 폭동 장면이 오버랩된다. 이곳에서 태어난 휘트니는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아버지와 공연으로 바쁜 가수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한다. 미국인들은 천재적 재능을 가진 데다 모범적 가정에서 자라 티 없이 맑고 발랄한 소녀 휘트니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이후 영화는 그녀의 삶을 시간 순으로 펼쳐 나간다. 모든 이야기는 생전 휘트니의 공연, 인터뷰 영상은 물론 홈 비디오와 가족, 친구, 음반·영화 제작자 등 주변 인물들의 증언으로 구성된다. 특히 무대 뒤의 모습을 담은 홈 비디오 영상은 가장 진실한 순간의 그녀를 조명한다. 한 영상에서 휘트니는 “사람들이 노래가 거저 되는 줄 알아 너무 화가 난다. 오늘 이걸 좋아해도 내일은 다른 걸 찾는다”며 불안감을 토로한다. 어머니가 “네 음악을 하면 된다”고 하자 휘트니는 그 품에 안겨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중얼거린다.

휘트니를 영화 ‘보디가드’에 캐스팅한 에이전트 니콜 데이비드부터 상대 배우 케빈 코스트너 등 다양한 인물이 만난 휘트니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전남편 보비 브라운은 인터뷰 중 그녀를 파국으로 이끈 마약에 대해 언급하길 꺼리지만 제작진은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 솔직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휘트니 주변에 명예나 부가 아니라 그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은 드물었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앳된 휘트니의 텔레비전 데뷔 장면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 5개 만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디바#영화 휘트니#휘트니 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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