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우림 “21년 만에 셀프타이틀…100년 후에도 자우림 대표할 앨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25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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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김윤아·이선규(왼쪽부터)로 이뤄진 록밴드 자우림이 데뷔 21주년을 기념해 10집을 발표했다. 앨범에 ‘자우림’이라는 이름을 크게 내건 이들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을 롱런 비결로 꼽았다. 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김진만·김윤아·이선규(왼쪽부터)로 이뤄진 록밴드 자우림이 데뷔 21주년을 기념해 10집을 발표했다. 앨범에 ‘자우림’이라는 이름을 크게 내건 이들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을 롱런 비결로 꼽았다. 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 데뷔 21주년…10집 ‘자우림’으로 컴백한 자우림

롱런 비결요? 초심을 잃지 않는 것
조용필 50주년…우린 아직 멀었죠
백화점처럼 다양한 곡으로 꽉 채워
라이브가 좋은 밴드로 기억되고파


가수 이름을 앨범 제목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다. 신인의 패기가 아니라면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온 것에 대한 자부심과 “이제는 때가 됐으니 해도 된다”라는 일종의 ‘자기주문’과도 같다. 록밴드 자우림(김윤아·이선규·김진만)은 데뷔 21주년을 기념해 22일 새롭게 선보인 앨범에 ‘자우림’을 큼지막하게 내붙였다.

10번째 정규앨범 ‘자우림’ 발표를 하루 앞두고 만난 멤버들의 표정에서 ‘자·신·감’이라는 세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이들의 새 앨범은 9집 ‘굿바이, 그리프’ 이후 5년 만으로, 밴드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셀프타이틀’ 앨범을 발표한 건 “21년여 동안 쌓아온 자우림만의 음악세계를 집대성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셀프타이틀 앨범은 보통 가수들이 데뷔할 때 사용하곤 한다. 우린 4∼5집 때 셀프타이틀을 써볼까 했었지만 왠지 창피하고 부끄럽더라. 이번에는 이견이 없었다. 누군가 100년 뒤 자우림을 검색하면 이 앨범을 듣게 되지 않을까? 셀프타이틀은 그런 의미인 것 같다. 데뷔할 때만 해도 20년이나 활동을 하게 될지 몰랐다. 2∼3장 내고 말 줄 알았다. 영화처럼 데뷔해 이처럼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운이 좋았다.”

록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록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 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자우림이 롱런하는 비결은 단 하나.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데뷔 후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이들이 성공에 도취해 기존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우림은 “20년 동안 변하지 않은 멤버들이 존경스러울 정도”라면서 “이제는 철 좀 들라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고 웃었다.

“어설픈 어른이나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다. 올해 초까지 20주년이 대단하긴 대단한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조용필 선배님이 올해 데뷔 50주년이더라. 절대 나대지 말자는 생각이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 사실, 오래 하면 나태해질 수 있는데 때마다 심기일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자우림이 데뷔 후 고비나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 8집 ‘음모론’ 녹음을 끝내고 보컬 김윤아가 바이러스 감염과 스트레스 등으로 안면마비 증세를 보였고, 심각하게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 멤버들 역시 “마지막 앨범이 되겠구나” 싶었단다. 멤버들의 걱정과 위로로 병마를 이겨냈고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드러머 구태훈이 지난해 6월 팀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구태훈이)2000년대 초부터 시작한 사업이 있었다. 팀 활동에 폐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차라리 음악적 견해차이 같은 것으로 팀을 떠난 거면 모를까, 음악 외적인 일로 그렇게 돼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언젠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록밴드 자우림의 기타 이선규. 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록밴드 자우림의 기타 이선규. 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자우림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다. 흔한 ‘일탈’ 한 번 하지 않고 한자리에서 21년간 노래한 이들에게 맞는 표현일지는 몰라도, 자우림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어느 땐 한없이 따뜻하고 친절한 음악으로 팬을 맞기도 하고, 또 어느 땐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다. 이번 앨범은 주제가 다양하다. 부정적인 의미로 “백화점 같다”라는 평도 내부적으로 나왔다.

“백화점엔 옷, 식품, 가구, 가전제품이 다 있지 않나. 그게 다 필요한 게 인생이다. 인간에겐 희망과 좌절, 사랑과 분노, 밝음과 어둠이 다 있다. 서로 상반되어 보이지만, 동반되는 감정들이다. 이번 앨범은 전작들보다 사운드가 훨씬 촘촘하다고 해야 할까. 유화로 치면 되직한 물감으로 색칠한 것 같다. 예전엔 ‘밴드는 즉흥적인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연륜이 쌓이다보니 후회하거나 부끄럽지 말자는 생각이 자꾸 든다.”

자우림은 9집을 기점으로 밴드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서 겪는 생각이다. 그전까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음악 동호회’와 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점차 프로페셔널 면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새 앨범을 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무엇보다 밴드는 라이브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자우림은 라이브가 좋다는 평가가 있지 않나. CD는 시시하다. 라이브가 좋은 팀으로 영원히 남고 싶다. 8월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에 서는데 와서 보시면 살아 있다는 느낌과 함께 광란의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록밴드 자우림의 베이스 김진만. 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록밴드 자우림의 베이스 김진만. 사진제공|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자우림 10집 ‘자우림’에는 10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영원히 영원히’와 ‘광견시대’ ‘있지’ 등 7곡을 김윤아가 작사·작곡했다. 기타리스트 이선규는 ‘사이코 헤븐’과 ‘오버 더 레인보우’ 등 2곡, 베이시스트 김진만은 ‘아더 원즈 아이’ 1곡을 썼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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