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재주 보다는 기본기, LG전자 V30의 절치부심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9월 22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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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그야말로 폭풍이 몰아치는 항로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앞서가는 애플과 삼성전자를 뒤쫓는 동시에 전반적인 품질이 상향평준화된 후발업체들의 추격도 뿌리쳐야 한다. 22일 출시된 프리미엄폰 'V30'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사양 충실, AV 기능 차별화라는 '정공법'

이런 상황에서 LG전자의 우선적인 전략은 정공법이다. 일단, 기본적인 사양 면에서 경쟁사 제품과 대등하다. 과거에 출시된 LG전자의 일부 제품(G4, V10 등)이 경쟁사 대비 사양이 낮아 비판을 산 것에 대한 반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V30는 퀄컴 스냅드래곤 835 프로세서에 4GB 메모리(RAM), 2880 x 1440 해상도와 6.0 인치 크기의 OLED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다. 이는 경쟁 제품인 갤럭시S8과 동급이며, 메모리 용량을 제외하면 향후 출시가 예정된 갤럭시노트8(6GB 메모리 탑재)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LG전자 V30 (출처=LG전자)
LG전자 V30 (출처=LG전자)

기능 면에서 경쟁사 제품을 한층 앞서는 부분도 있다. 1200만 화소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경쟁사 제품보다 고해상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1600만 화소의 카메라(후면)를 탑재했다. 그리고 고음질 오디오를 재생할 수 있는 하이파이 쿼드 DAC(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음성으로 바꾸는 부품), 그리고 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B&O의 이어폰을 기본 제공하는 등, AV(영상음성) 품질 면에서 차별화하려는 노력이 눈에 띈다.

만만치 않은 마케팅 의지, LG 그룹 차원의 지원도


제품을 팔고자 하는 마케팅 의지도 만만치 않다. LG전자는 V30 예약 고객 전원에게 구글의 VR 헤드셋인 '데이드림 뷰'를 제공하며, 일반고객을 포함한 구매자 전원에게 1년간 분실/파손 보험료의 50%를 지원하며, 10만 원 상당의 비트 피버(Beat Fever) 뮤직 게임 쿠폰 등을 제공한다.

LG 그룹 차원에서도 V30를 지원하고 있다. V30 구매 고객 전체에게 LG전자의 정수기, 공기 청정기, 트롬 스타일러, 안마의자 등의 고가 가전제품 렌탈비를 최대 109만원(누적)까지 할인해 준다.

LG전자 V30 (출처=LG전자)
LG전자 V30 (출처=LG전자)

특히 LG전자의 형제라고 할 수 있는 LG유플러스가 V30에 신경을 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타 통신사에 비해 LG전자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출시했던 G6는 SK텔레콤이나 KT용보다도 LG유플러스용이 더 인기가 많았다. 시장조사 기관인 애틀러스 리서치의 2017년 3월 2주차 발표에 따르면, 출시 첫 주에 LG유플러스용 G6가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1위였지만 SK텔레콤용은 불과 5위였으며, KT용은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V30의 출시를 앞두고 LG유플러스에서는 V30 구매고객에게 분실/파손 보험상품 이용료를 최대 18개월까지 무료로 지원하는 프로모션(제휴 할인카드 이용 조건)을 발표했으며, 여기에 더해 V30 구매 18개월 후 기기를 반납하면 잔여할부금을 최대 40만원까지 보장하는 프로모션도 내놨다. 최근에는 SKT와 KT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런 중고폰 가격 보장 프로그램은 LG 스마트폰의 중고 시세 하락을 우려하던 사용자에게는 반가운 내용이다. 일률적으로 40만원을 보장해 주니 적어도 18개월 뒤 LG V30은 40만 원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새 폰 교체 시 초기 비용과 월 할부금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어 중고폰 가격 보장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추가로, LG유플러스는 10월 31일까지 LG V30 개통 시 신한-LG U유플러스 라이트플렌 제휴카드로 휴대폰 할부 결제 및 자동이체로 구매하고, '폰 분실/파손 보상 85' 상품에 가입하면 18개월 상당의 보험료 전액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순 액정 파손을 비롯, V30 전반에 대한 파손 수리 또는 기기 분실 시 최대 85만 원까지 보장한다.

'잔재주' 아닌 '기본기'의 중요성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은 탓인지 V30은 나름 출발이 좋다. 사전 예약이 시작된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총 6만대 정도의 예약자를 받으며 일평균 1만 ~ 1만 5,000대 수준을 달성했다. 이는 일평균 예약 수 1만대 전후였던 G6보다 높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2016년 초에 LG전자에서 출시했던 G5의 경우, 모듈 탈착형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적인 컨셉을 강조하며 초반에 높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부가기능은 흥미로웠지만, 제품의 만듦새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반면, V30을 출시하며 LG전자가 내세운 점은 G5와 같은 '잔재주'가 아니다. LG전자 홈페이지에서 강조하는 V30의 특장점은 카메라 성능(영화처럼 찍는 시네 비디오), 디스플레이 화질(18:9 OLED 풀비전), 그리고 고음질(하이파이 쿼드 DAC)과 같은 스마트폰으로서의 '기본기'다. 과거 LG전자 스마트폰 중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G2나 G3등도 잔재주보다는 기본기로 승부하는 제품이었다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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