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대화 기억 못하거나 길 못찾으면 치매 의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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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60대 초반 ‘알츠하이머’
주위에 폭언이나 공격적 반응 동반… 갱년기 성격변화로 간과하기 일쑤

‘치매는 이겨낼 수 없는 질환’이라는 인식은 오해다. 한 번 악화하면 되돌리긴 어려워도 일찍 발견해 관리하면 진행 속도를 현격히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 본격화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5년 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증상이 나빠질 확률을 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학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사이에 발병해 ‘초로기(初老期) 치매’로 불리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은 특히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65세 이상 노인성 치매는 기억력이 떨어지다 운동능력, 성격의 장애가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초로기 치매는 다양한 증상이 앞뒤 없이 닥친다. 건망증은 없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어 자칫 ‘갱년기의 성격 변화’로 치부하고 지나치기 일쑤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미만 치매 환자는 2011년 1만7336명에서 지난해 1만8620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일상 속 ‘힌트’를 면밀히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어제 나눈 대화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사소한 일에 예민하고 공격적으로 반응하거나 △예전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고 △길을 잘 찾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가 의심되면 전국 보건소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간이 선별검사를 통해 위험도를 알아볼 수 있다. 원칙적으론 60세 이상이 대상이지만 최근엔 초로기 환자가 늘면서 40, 50대도 받을 수 있다. 1차 검사 결과 치매가 강하게 의심되면 병·의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신경인지검사(SNSB) 등으로 정밀 진단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검사비 중 환자 부담금이 대학병원 기준으로 100만 원 수준이지만 다음 달부턴 건강보험이 적용돼 40만 원 이하로 줄어든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치매로 확진돼도 약물을 병행한 집중 치료를 받으면 폭력 행동 등은 완치에 가깝게 없앨 수 있어 가족의 돌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증상이 의심되면 빨리 보건소나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치매#예방#알츠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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