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기고]국민 모두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주인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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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주부 A 씨는 오늘 따라 할 일이 많다. ‘슈퍼마켓’의 ‘ㅅ’ 대신 영어 에너지의 첫 글자인 ‘E’를 붙인 ‘에너지 슈퍼마켓’에 들러 태양광 휴대전화 충전기를 사고, 집에 미니 태양광을 어떻게 설치하고 유지·보수할지 컨설팅도 받을 생각이다. 태양광 설치비용 중에 정부 보조금을 빼고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부분은, 동네 신협에서 대출받아 매달 1만 원씩 무이자로 갚아나가는 ‘우리집 솔라론’도 받을 생각이다. 이 상품은 얼마 전 동네 다른 분들과 함께 ‘리빙랩’에 직접 참여해 ‘미니 태양광 DIY 제품’과 함께 개발한 상품이다. 또 태양열 집열판으로 커피를 만드는 카페 ‘해바라기’에서 커피 한잔을 사 동네 ‘에너지 반상회’에 가서 다가오는 겨울철 난방을 어떻게 준비할지 의논할 예정이다.

A 씨는 어디 주민일까?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자립으로 유명한 독일 ‘자벡(Saerbeck)’이나 오스트리아 ‘무레크(Mureck)’의 주민일까? 아니면 영국 ‘토트너스(Totnes)’의 주민일까? 아니다. A 씨는 바로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성대골’의 주민이다. ‘성대골’은 우리나라 제1호 에너지 자립마을, 즉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설치와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 마을 공동체이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선구적으로 보여주는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전기 생산량의 20%를 태양광, 풍력과 같이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도대체 이 목표가 달성 가능한 것이냐부터 어떻게 달성할 것이냐 까지 여러 우려가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지금껏 우리 국민 모두가 나서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금껏 우리가 해 오던 방식을 과감히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근거와 어떻게 달성할지를 보여주는 선례들이 충분히 있다. 우선,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심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이 2030년까지 총 48.6GW가 필요한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2014월 12월)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태양광 102.2GW와 풍력 59.4GW 규모의 입지 잠재량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당장 우리 곁에는 ‘성대골’과 같은 선구적인 사례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과 같이 우리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온 국가들이 많이 있다. 특히, 독일은 2015년 기준으로 전체 전기 생산량의 29%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는데,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의 절반 이상을 개인과 농민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국가들이 그동안 해 온 정책들을 잘 살펴서 우리 현실에 맞게 반영하면 후발주자인 우리는 오히려 시행착오를 줄이고 속도도 더 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한마디로 우리 국민 모두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직접 자가 주택이나 땅에 태양광을 설치해도 되고,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지역 에너지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거나 시민 참여 펀드에 투자해도 된다. 발전 공기업 등 재생에너지 사업처가 위치한 지역의 주민이라면 이 사업에 지분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어떤 경우라도 지역 주민과 상생하고 지역 사회에 사업 이익의 일정 부분을 환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아직 이런 국민 참여가 일부 지역이나 일부 사업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우리 국민 모두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고 사업 혜택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비롯해서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생각이다. 제2, 제3의 ‘성대골’이 가능한 많이 그리고 빨리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생각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등 관련된 모든 분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힘을 모을 생각이다. 8월 말에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업계와 학계를 아우르는 ‘재생에너지 정책 협의회’를 발족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문득 지금의 우리나라 제1호 에너지 자립마을 ‘성대골’을 있게 한 주민 모임 ‘성대골 사람들’의 김소영 대표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른다. “10여 명의 주민과 에너지 자립마을 운동을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예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이제 ‘성대골’표 ‘우공이산’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 길에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하게 되는 날이 곧 오리라 기대해 본다.

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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