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보인 커제 “알파고와 대국, 고통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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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바둑계 은퇴]대국중 갑자기 10분간 사라져… 부친 “화장실 가서 울었던 듯”
구글측 “셀프대국 기보 50판 공개”

희망 보이지 않자… 바둑 세계 랭킹 1위 중국 커제 9단이 27일 저장 성 자싱 시 우전 진 
세계인터넷회의중심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3번기 3국에서 불리한 형세가 뒤집힐 희망이 보이지 않자 바둑판 앞에서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 장면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사진 출처 신랑왕
희망 보이지 않자… 바둑 세계 랭킹 1위 중국 커제 9단이 27일 저장 성 자싱 시 우전 진 세계인터넷회의중심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3번기 3국에서 불리한 형세가 뒤집힐 희망이 보이지 않자 바둑판 앞에서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 장면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사진 출처 신랑왕
바둑 세계 랭킹 1위 중국 커제(柯潔) 9단의 충혈된 두 눈은 젖어 있었다. 카메라가 클로즈업해서 커 9단을 비추자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며 속울음을 울고 있는 것이 선명히 보였다. 27일 오후 1시경 구글 딥마인드사가 제작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세 번째 대국을 벌이던 커 9단. 대국 중에 이런저런 동작이 많은 그였지만 이날 세 번째 패배가 거의 확정될 즈음부터는 동상처럼 굳어져 갔다.

눈물을 보이기 전 그는 제한 시간이 1시간여 남은 상황에서 중국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 우전(烏鎭) 진 세계인터넷회의중심 2층 비공개 대국장을 갑자기 벗어나 화면에서 사라진 뒤 10분가량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대국을 지켜보던 내외신 기자 등 200∼300명의 참석자는 “어디로 갔나?” “돌을 던졌나”라며 술렁거렸다. 현장 해설자도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커 9단의 아버지 커궈판(柯國凡) 씨는 대국이 끝난 후 저장TV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화장실에 달려가 울었던 것 같다”며 “전날 잠도 못 자고 바둑 형세도 좋지 못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白)돌을 잡으면 80% 이상 승률을 올리는 커 9단은 이날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국에서 자신이 먼저 백을 잡겠다고 요청해 두었지만 209수 만에 돌을 던졌다. 대국을 마치고 오후 5시경 2층 비공개 대국실에서 1층으로 내려와 회의장을 가득 메운 1000여 명의 참석자들 앞에 선 커 9단은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이었다. 알파고와 바둑을 둘 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전혀 갖지 못했다”고 심리적 부담을 털어놨다.

그는 “대국에 져서 죄송하다. 좀 더 잘 두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낮은 목소리로 고개 숙이며 자책했다. 1, 2국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는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던 커 9단이 침울하고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자 참석자들은 여러 차례 박수를 치며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포털 신랑왕(新浪網)은 “그는 아직 어린 열아홉 살 소년(1997년 8월생)이다. 질 수도 있는 나이다”라며 응원했다. 커 9단의 스승이자 ‘중국의 기성’으로 불리는 녜웨이핑((섭,접)衛平) 9단은 “인간이 알파고와 대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었다”며 “알파고는 최소 프로 20단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대국이 끝난 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국 이후 스스로 강화학습을 위해 벌였던 알파고끼리의 ‘셀프 대국’ 기보 50판을 매일 10판씩 공개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판을 본 스웨(時越) 9단은 “여태까지 본 적이 없는 상상만 하던 저 먼 미래의 대국 같다”고 말했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의 은퇴는 아쉽지만 ‘바둑의 신’ 간의 대국을 분석하느라 기사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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