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질환자 50만명, 무관심에 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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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족 63% “심리적 도움 부족”… 상담 늘려 극단적 선택 막아야
정부 “희귀-난치질환 분리해 관리”

오늘 밤에도 이산하 씨(25·서울 성북구)는 음표 하나하나를 악보에 새긴다. 언젠가 자신이 만든 노래가 희귀질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날을 위해서다.

이 씨 자신도 태어날 때부터 희귀질환인 ‘무코다당증’을 앓아왔다. 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해 신체 내 기관에 당이 축적돼 몸이 마비되는 질환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치료제 주사를 맞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제대로 생활을 할 수가 없을 정도. 그럼에도 그는 노력 끝에 서울의 한 여행사에 취업했다. 낮에는 회사, 밤엔 작곡을 하며 위문공연도 다닌다.

23일은 제1회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지난해 말 희귀질환관리법이 시행되면서 희귀질환 예방과 치료를 높이기 위해 지정됐다. 근디스트로피, 무코다당증, 헌터증후군 등 이름조차 생소한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7000종에 이른다. 유병 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들이다. 국내에선 약 50만 명이 희귀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질환 중 5%가량만 치료제가 개발됐다. 치료제마저 고가다.

이런 가운데 신약 개발이나 공급 못지않게 환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 155명을 설문한 결과 62.9%가 희귀질환의 어려움으로 ‘환자와 가족에 대한 심리적 지지, 병에 대한 상담과 대화가 부족해서’를 꼽았다.

희귀난치치료병원을 지원해온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측은 “희귀질환에 걸리면 환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심리적 충격이 크고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약물치료 외에도 심리치료와 지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남대병원 희귀난치질환케어센터의 경우 희귀질환 자체의 치료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정부는 희귀질환관리법의 시행을 계기로 희귀질환과 난치질환을 명확히 나누는 작업을 상반기 내로 마무리하고 두 질환을 구분해 발표할 방침이다. 그간 일괄적으로 ‘희귀난치질환’으로 묶어 산정특례로 환자를 지원해왔다.

동아일보가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2012∼2016년 희귀난치질환 산정특례 환자 상위 질환을 분석해보니 1위는 혈청검사양성 관절염(9만5896명), 2위 난치성 정신질환(8만2794명), 3위 파킨슨병(7만666명) 등 1∼5위 상위권은 희귀질환이 아닌 난치질환이 대부분이었다. 질병관리본부 안윤진 희귀질환과장은 “실태조사를 통해 2만 명이 넘으면 난치질환으로, 그 밑에는 희귀질환으로 규정할 방침”이라며 “희귀질환 정보를 최대한 축적해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희귀난치질환#무관심#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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