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 규제개혁 사이] 사람 연결하는 O2O, 규제 속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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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4월 24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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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부족한 농촌 일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12월 기준 국내에서 일하는 전체 외국인 근로자는 22만 1,094명으로, 이중 9.5%인 2만 1,032명이 농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고령화, 부녀화로 인한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특히, 수확기처럼 농촌에 인력이 부족할 때, 돈 주고도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꾸며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국내 농촌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력 의존도가 높다. 힘들고 궂은일이 대부분이라고 여기는 국내인을 대신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농작업을 대신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구인난은 올해도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확정한 '2017년 외국인력 도입, 운용 계획'을 살펴보면, 올해 총 5만 6,000명+a(업종별 외국인력 신청 수요를 반영해 탄력적으로 배분, 2,000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며, 이중 농축산업 분야는 작년과 같은 6,600명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작년(2013년부터 2015년: 6,000명, 2016년 6,600명)과 같은 수준으로 농업 분야 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 받는다.

< 위 사진은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출처=IT동아)
< 위 사진은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출처=IT동아)

농촌 인력난은 심각하다. 최근 5년간 농촌 인구는 매년 약 10만 명씩 감소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38.4%(2015년 기준)에 달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약 87.4%의 농가는 농번기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하는 실정이다.

이에 농촌은 농번기, 수확기 등 인력이 필요한 시기에 대부분 직업소개소를 통해 인력을 충원한다. 하지만, 근로자를 충원하는 과정에서 각 관계 부처의 규제와 제약에 따라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직업정보소개소, 직업소개소, 인력파견업체의 차이

최근 이같은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해결하고자 구인자와 구인자를 연결하는 O2O 서비스를 창업한 스타트업 대표 C씨는 고민에 빠졌다. 사람을 연결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취지로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현실 속에 산재한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 C씨는 오래된 법과 규제가 낡은 족쇄처럼 매달려 있다고 하소연한다.

현재 필요한 곳에 사람을 즉, 인력을 보내는 업체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직업정보소개소와 직업소개소(유료직업소개소), 인력파견업체다. 직업정보소개소는 구인, 구직에 따른 채용정보를 알려주는 업체이며, 직업소개소는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해 구직자로부터 일정의 수수료를 받는 업체다. 마지막으로 인력파견업체는 이미 인력을 보유한 업체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인력을 파견하는 업체다.

각 사업별 가장 큰 차이는 수수료와 임금(수당) 지급 방식이다. 먼저 직업정보소개소는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결해도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채용정보를 소개하기 때문에 구직자는 구인자와 계약을 맺고 임금을 받는다. 참고로 구인자가 등록한 정보를 특정 구직자에게만 보여주면 직업 알선이 되기 때문에, 연결 과정에서 개입하면 불법으로 규정된다.

둘째, 직업소개소는 구직자를 구인자에게 연결하고, 구직자가 받은 수당 중 일부를 중개수수료로 받는다. 다만, 중개수수료는 구인자로부터 받을 수 없다. 구인자가 구직자에게 건넨 수당 중 일부를 구직자로부터 받아야만 한다. 인력파견업체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임금을 지급한다. 이 때 근무 기간에 따라 4대 보험 등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주변에 형성된 인력시장의 모습 >(출처=IT동아)
<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주변에 형성된 인력시장의 모습 >(출처=IT동아)

C씨는 이 부분에서 발목이 잡혔다. 기존 인력 중개 방식은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이뤄져 관련 법과 규제도 오프라인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통해서 구인자와 구직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O2O 서비스이기에, 관련 법과 규제가 미흡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당장 사업 신고와 허가를 어떤 것으로 받아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언급한다.

농촌이 원하는 서비스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1. 일손이 부족한 수확기. 귀농해 이제 막 첫 수확물을 앞둔 B씨는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유료직업소개소에서 인력을 소개받았다. 소개 받은 인력은 20명. 찾아온 인력 중에 외국인이 섞여 있었지만, B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수당을 지급하기 농협 앞 ATM에서 현금을 찾고 돌아서는 순간, B씨는 눈을 의심했다. 오늘 하루 함께 일했던 파견 인력이 강도로 돌변한 것. B씨는 그나마 몸을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농촌 현장에서 일어난 불미스런 사건 중 하나다. 일용직 근로자가 임금을 주기 위해 목돈을 찾은 구인자를 대상으로 강도 사건을 벌인 일이다. 이에 온라인을 통해 농가가 근로자에게 온라인으로 임금을 송금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근로기준법 제 43조(임금 지급)에 따르면, 일용직에게 임금을 줄 때는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임금을 제 3자(중개업자)가 주면 안된다. 직업안정법 제21조의2(선급금의 수령 금지)에도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는 자 및 그 종사자는 구직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구인자로부터 선급금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라고 적혀 있다.

특히, C씨는 현장의 목소리가 전달되기를 호소했다. 일용직 근로자를 구한 농가의 경우, 임금을 바로 지불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농가보다 수확한 농작물을 판매해 수익금을 근로자에게 임금으로 주는 농가가 더 많다고 언급한다.

#2. 오래전 남편을 사별하고 홀로 지내는 A 할머니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기초연금과 다른 부가 혜택을 통해 받는 수급액은 약 40만 원 수준. 아픈 몸을 이끌고 폐지를 주워 고물상에 팔며 근근이 하루를 버티며 지내지만, 사는 것 자체가 고달프다. 무엇보다 깊어진 생활고에 몸보다 마음이 괴롭다. 얼마 전, 우연히 지인이 소개해준 업체를 통해 농촌 품앗이 일을 나가, 호미로 밭을 일구고 어렵사리 돈을 벌었다. 작지만 두둑해진 주머니에 가슴이 뛰었지만, 얼마 뒤 억장이 무너지는 소식을 들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에서 탈락했다는 것. 할머니의 한숨 소리만 골방에 가득 남았다.

관련 O2O 서비스를 이용했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받은 피해 사례다. 열심히 일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동기 조차 빼앗긴 결과다. 실업 급여를 받고 있는 경우에도 피해 사례가 나타난다.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정부 지원금을 메꾸기 위해 일을 했지만, 받고 있던 지원금마저 끊기는 결과가 발생하곤 했다고 C씨는 설명했다.

기존 직업소개소 '갑질'도 여전해

시간이 지날수록 인력을 찾는 농가가 많아지면서, 인력을 파견하는 직업소개소, 인력파견업체 등이 '갑질'을 행사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직업소개소들은 구직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리스트(개인정보 등을 담은 불법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면 안되지만, 현장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것. 또한, A 직업소개소 관련자가 B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일 근로자로 일하며 훼방을 놓는 경우도 있어 농가가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새로운 O2O 서비스는 기존 사업과 충돌하는 경우는 빈번하다. 이제는 국내 대표적인 O2O 서비스로 언급되는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드라이버도 여전히 기존 콜택시 업체와 대리기사 협회 등과 마찰을 빚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워낙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법과 규제는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로운 O2O 서비스와 기존 서비스 사이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중요한 것은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안전과 편리함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지혜가 필요해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시작된 모바일 시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오고 있다. IoT, VR, 인공지능, 로봇 등 ICT 기술 융합으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그릇에 담아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기존 법제와 규제는 작금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 때문에 시대와 환경이 변한 지금, 현장에서 요구하는 시선을 함께 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규제와 규제개혁 사이'는 빠르게 발전하는 ICT 산업과 기존 산업이 융합하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떤 방향으로 가는게 바람직한지 고민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를 선사합니다. 다만, 기존 산업의 테두리 안에서 예상 못한 일이 등장합니다. 이에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도움을 원하시는 분은 IT동아 앞으로 메일(tornadosn@itdonga.com)을 주시기 바랍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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