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란, 쉬우면서도 깊고 따뜻한 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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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시집 펴낸 곽재구 시인
극진한 인도 사랑… 책 내고 바로 출국, 20년간 1000일 이상 머물러

곽재구 시인은 “강은 한반도를, 물고기는 이웃들을 뜻한다. 우리나라가 좋은 기운으로 비상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집 제목을 지었다”고 했다. 곽재구 시인 제공
곽재구 시인은 “강은 한반도를, 물고기는 이웃들을 뜻한다. 우리나라가 좋은 기운으로 비상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집 제목을 지었다”고 했다. 곽재구 시인 제공

여덟 번째 시집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문학동네·1만 원)가 출간된 다음 날, 곽재구 시인은 훌쩍 인도로 떠났다. 15일 전화로 만난 그는 “많은 이들이 봐줬으면 하는 욕심에서 자유롭고 싶어서 멀리 떠났다. 탈고된 시집을 보고 눈물이 흐르기에, 이걸로 됐다 싶었다”고 했다.

“제 글에 눈물 흘리긴 동화 ‘아기참새 찌꾸’(2001년) 이후 두 번째예요. 순수하게 작품과 교감했다는 뜻이기에 홀가분하게 인도로 간 겁니다. 물론 많은 이에게 시가 가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요. 의식적으로 ‘한 사람이면 충분하고, 두 사람이면 행복이요, 백 명이면 위대한 일이다’ 생각합니다.”

‘눈물을 사랑할 수 없지만/생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은 없어/배낭여행자는 풀밭에 앉아/하얀 신발의 자주색 끈을 묶지’(배낭여행자)

시집엔 최근 3년간 쓴 시가 담겼다. 집 근처 샛강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시인. 흐르는 강과 징검다리, 물고기, 꽃, 새소리와 교감하며 영근 단상의 정수만 솎았다. 생경한 단어나 꼬인 문장 없이 쉽게 읽히는데 따스하고 여운이 길다. 그는 “바보같이 착한 시”라고 했다.

‘두 손을 모아 강물을 받아요/그 물로 얼굴을 비벼요/물고기 냄새와 달빛 냄새가 나네요/아침 해가 강물에게 들려준 얘기를 느낄 수 있어요’(세수)

“좋은 시는 쉬운데 깊고 따뜻한 느낌을 줘요. 그런 시를 쓰기 위해 맹렬히 노력했습니다. 지난 3년간 좋은 사회를 위해 애쓰는 이웃들이 어여뻐서 시집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이웃이자 국민에게 건네는 일종의 ‘헌시’라는 설명. 시집에 산문을 추가한 것도 시를 친절히 설명하고 싶어서였다. ‘ㄱ’ ‘ㄴ’…‘ㅡ’ ‘ㅣ’…. 한글 자모를 제목으로 단 조각글에는 시에 대한 설명과 윤동주 백석 정지용 같은 시인을 흠모하던 시인의 유년 시절까지 담겼다.

그가 사랑하는 두 가지는 시와 인도. 지난 20년간 1000일 이상 머문 인도는 그에게 생명수와 같다. 인도의 불결하고 가혹하고 뜨거운 기운은 그에게 삶의 생동감을 불어넣는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 그가 “산문에서 윤동주 백석 정지용을 언급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최근 나오는 시집은 거의 다 보는데, 하나같이 시들이 난해해요. 위 시인들은 달라요. 쉬운 시로 순연한 감동을 주죠. 시에 대한 애정으로 건네는 유연한 회초리로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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