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재 보존술, 라오스서 활용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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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공적해외원조 1호 유학생
“문화재에 대한 진심 느껴져 프랑스-인도 대신 한국 선택”

라오스 왓푸박물관 큐레이터 찬티바 케오칸야 씨(왼쪽 사진)와 라오스 고고학자인 캄콘 핌봉사바스 씨.
라오스 왓푸박물관 큐레이터 찬티바 케오칸야 씨(왼쪽 사진)와 라오스 고고학자인 캄콘 핌봉사바스 씨.

“라오스에도 전통 도자기가 많이 출토되는데 보존처리 기술이 없어서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게 현실이에요. 한국에서 배운 도자기 접합이나 색 맞춤 기술 등을 라오스에 돌아가서 널리 알리고, 적용해 볼 겁니다.”

20일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재재단에서 만난 라오스 왓푸박물관의 큐레이터 찬티바 케오칸야 씨(34)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찬티바 씨는 라오스 정보문화관광부유산국 소속 고고학자 캄콘 핌봉사바스 씨(30)와 함께 2015년 한국으로 유학 왔다. 문화재청과 재단에서 진행한 ‘문화유산 ODA(공적해외원조)’ 인력양성 사업의 첫 번째 대상자로 선발된 것. 한국의 ‘1호 문화유산 ODA 유학생’인 이들은 3년 만에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유산전문대학원 문화재수리기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논문도 통과해 학위 수여식은 내년 2월에 열린다.

라오스는 9∼15세기 인도차이나 반도에 위치한 크메르 제국의 각종 유적과 불교·힌두교 등 동남아 전통 문화재가 다수 남아 있어 프랑스, 인도 등과 함께 문화유산 관련 교류를 계속해 오고 있다. 다른 국가 대신 한국을 선택한 것은 2014년부터 한국문화재재단과 라오스 문화재 당국이 현지에서 공동 진행한 ‘홍낭시다 사원 복원’ 사업에서 보여준 한국의 ‘진심’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단기연수만 가능한 프랑스나 외국어 과정밖에 없는 인도보다는 정규 대학원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한국의 정책에서 진정성을 느꼈습니다. 저절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캄콘 씨)

물론 유학 생활은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언어장벽. 유학 내내 수십 번 눈물을 훔쳐내기도 했다. 캄콘 씨는 “아무래도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교수님과 동료들이 진심으로 도와줘 석사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힘들 때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한국 드라마를 보며 언어도 배우고 스트레스도 풀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그처럼 어려운 상황에도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놓기도 했다. 올해 3월 문화재보존과학학회의 춘계학술대회에서 찬티바 씨의 ‘라오스 사원의 라테라이트 제작기법 분석’ 논문은 우수상을 수상했다. 찬티바 씨는 “한국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자재라는 점에서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연구로 평가받은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이들은 다음 달 라오스로 돌아가 한국에서 배운 문화재 보존 기술을 적극 활용할 꿈에 부풀어 있다. 찬티바 씨는 “한국문화재재단 연구팀과 함께 홍낭시다 복원 현장에서 그간 배운 기술을 제대로 적용하고 싶다”며 “다른 이들에게도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한국 문화재 교육을 받을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라오스#한국문화재단#문화유산 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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