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18세기에는 별의 탄생을 어떻게 설명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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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빛의 과학/지웅배 지음/312쪽·1만6000원·위즈덤하우스

천문학의 역사를 비교적 쉽게 풀어 쓴 책이다. 빛의 성질에 대한 논쟁, 빅뱅 우주론의 등장, 중력파 검출, 우주 탐사를 통한 외계 행성 찾기 등을 다뤘다.

별을 쪼개볼 수 없기에 천문학은 실험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건 관측뿐이다. 기술이 요즘 같지 않던 시절, 별들의 기원에 관해 설명하려는 천문학자의 흥미로운 가설이 적지 않다.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1749∼1827)는 밤하늘에서 관측되는 희뿌연 가스구름, 즉 성운이 별들의 고향이라고 생각했다. 성운을 이루고 있는 작은 입자들이 중력에 의해 모이고 반죽되면서 별들이 만들어진다는 것. 이는 오늘날의 설명과도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거대한 성운이 수축해 태양이 되었다면 골고루 퍼져 있던 각운동(회전운동)량이 중심별에 모두 집중됐을 테니 태양의 자전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얘긴가.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아름다운 회전 연기를 떠올려 보자. 빙판 위에서 한껏 팔다리를 밖으로 뻗은 상태로 돌 때 그의 회전은 우아하면서 속도가 느리다. 그러나 그가 뻗은 팔다리를 회전의 중심점에 가깝게 움츠려 모을수록 회전은 맹렬해지고 속도가 빨라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넓게 퍼져 느리게 돌던 가스구름이 태양으로 압축됐다면 태양의 회전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야 한다.

영국의 천문학자 제임스 진스(1877∼1946)는 태양에는 숨겨진 쌍둥이별이 있었다는 드라마틱한 가설을 내놨다. 이후 천문학자들은 이제 막 생겨나고 있는 별의 위아래로 길게 뻗어나가는 가스를 관측함으로써 아기별들이 각운동량을 우주 공간에 흩뿌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태양의 자전 속도가 느린 진짜 이유에 한 걸음 더 접근한 셈이다.

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 연구원인 저자는 학자들이 별을 관측하는 행위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다양한 주제를 압축해 담으려 한 탓인지 설명이 성긴 부분도 일부 눈에 띈다. 그러나 “현장 연구자로서 고백하자면 ‘암흑 에너지’라는 멋들어진 이름은 정체를 잘 모른다는 말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 같은 솔직한 표현이 재미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별 빛의 과학#지웅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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