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예능 통해 본 시대별 연애 방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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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맞선형… 2010년대 헝거게임형… 2017년 사랑과 우정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채널A ‘하트시그널’ 출연자들. 이 프로그램은 맘에 드는 이성에게 직접 고백할 수 없는 대신 매일 밤 호감 가는 상대에게 익명으로 문자를 보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썸’ 타는 연애 방식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널A 제공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채널A ‘하트시그널’ 출연자들. 이 프로그램은 맘에 드는 이성에게 직접 고백할 수 없는 대신 매일 밤 호감 가는 상대에게 익명으로 문자를 보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썸’ 타는 연애 방식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널A 제공
MBC ‘사랑의 스튜디오’, SBS ‘짝’, 채널A ‘하트시그널’….

방송은 현실을 담는다. ‘사랑의 작대기’를 쏘아 서로 맘을 확인하는 일반인 짝짓기 예능을 통해 시대별 유행했던 연애 방식을 살펴봤다.

▽1990년대 맞선형


MBC ‘사랑의 스튜디오’
MBC ‘사랑의 스튜디오’
1990년대 짝짓기 프로그램의 원조라 일컬어지는 MBC ‘사랑…’은 출연자들이 중간매개자인 진행자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맞선’에 가까웠다. 하지만 얼굴을 모른 채 프로필만으로 1차 선택을 하고, 장기자랑 후 최종 선택을 한다. ‘회식에서 돈은 누가 내나요?’ ‘어떤 프러포즈를 받고 싶은가요?’ 등 정작 궁금한 질문을 진행자가 대신 해준다. 커플이 된 남녀는 어색해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정면만 바라보다 프로그램이 끝난다.

총 2800여 명의 남녀가 출연해 47쌍이 백년가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결혼 적령기 남녀 연애는 결혼으로 이어져야 성공이라는 전제가 은연중 깔려 있었다.

▽2010년대 헝거게임형

SBS ‘짝’
SBS ‘짝’
2011년 3월 방송을 시작한 SBS ‘짝’의 출연자들은 오로지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해 애정촌이라는 정글에 던져진다. 중매를 하는 매개자는 사라졌지만 영화 ‘헝거게임’처럼 무한 경쟁이 그 자리를 채운다. 방송 내내 ‘승자가 곧 주인공’이라는 공식이 끊임없이 강조된다.

2011년 이 프로에 나온 한 남성은 “11년 동안 대기업에서 일해 돈을 많이 벌어 강남구에 아파트도 샀다”며 본인을 홍보한다. 출연자들은 선물 공세를 하거나 호시탐탐 다른 동성 출연자를 피해 이성과 대화할 기회를 노린다. 이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 또 다른 출연자는 “동물원에 사자도 있고 호랑이도 있는데 난 너구리”라며 자책한다.

▽2017년 사랑과 우정형

채널A ‘하트시그널’
채널A ‘하트시그널’
6월 2일 첫 방송 후 화제가 되고 있는 채널A ‘하트시그널’ 남녀 출연자들은 한집에서 합숙하며 친구와 연인 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유지한다. 밥을 먹고 대화하는 일상이 반복되다 어느 순간 관심이 호감으로, 연애로 변해간다. 그 과정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너는 상대방을 편하게 해준다”는 말을 호감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지 헷갈려하고, 남성 출연자가 만든 티라미수 케이크를 함께 나눠 먹던 여성 출연자들은 ‘나를 위해 만든 건 아닐까?’ 생각한다. 연출자인 이진민 PD는 “2030세대 연애 방식인 ‘썸’이 가진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접 고백을 할 수 없다’는 독특한 규칙을 설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년 이상의 시청자에게 썸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요즘 세대에겐 본격 연애로 접어들기 전 필수 과정이다. 이명길 연애코치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연애도 성공 확률을 따질 수밖에 없는 게 요즘 세대의 특징”이라며 “자연스럽게 예능 프로그램도 결혼 여부가 아니라 연애 감정이나 과정 자체를 강조하며 재미를 주는 형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심리학에서도 다루는데, 내 소유인지 아닌지 애매한 것에 사람들은 더 몰입하고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사랑의 스튜디오#짝#하트시그널#시대별 연애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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