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피임약… 외환위기땐 ‘IMF탈출’ 광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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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발맞춘 ‘그때 그 광고’

‘아나보라 가격 인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주요 사업목표의 하나인 인구 증가 문제에 따른 가족계획사업의 중요성에 비추어 정부에서는 먹는 피임약의 대량 염가 공급을 위해 관세를 면세했습니다.’

1968년 1월 30일 동아일보에 실린 바이엘의 피임약 광고엔 정부 경제개발 계획까지 언급됐다. 박정희 정부는 소득이 낮은 국가에서 다산(多産)은 곧 식량 부족과 보건의료 문제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이런 정책을 폈다.

동아일보 지면 광고에는 시대에 발맞춘 기업의 우여곡절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969년 3월 7일자엔 국내 처음으로 조선항공사업사에서 민영화된 대한항공 광고가 실렸다. 한진그룹 창업자인 고 조중훈 당시 대한항공 사장은 ‘국제항공계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대한항공을 이루어 놓을 것을 기약하는 바’라며 광고에 친필 한자 서명도 실었다. 1997년에는 주택은행, 1999년에는 한국토지신탁의 민영화를 알리는 광고가 실렸다.

한국 경제를 뿌리째 흔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도 광고에 흔적이 남았다. 본보 광고에 가장 먼저 IMF가 언급된 것은 1997년 12월 4일자였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통령 후보는 ‘IMF의 치욕적 타결, 1년 반 안에 극복하겠습니다!’라는 선거 광고를 실었다. 한보철강을 시작으로 삼미그룹 등 대기업 부도사태가 줄줄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한보철강은 1997년 1월 17일자에 ‘한보 당진제철소 냉연·열연공장 준공!’ 전면 광고를 낸 지 불과 6일 만에 부도가 났다.

위기는 기회를 낳는다고 했다. 한 컴퓨터 판매업체는 외환위기 사태 열흘 만에 ‘IMF 탈출 초특급 작전’이라는 이름의 컴퓨터 염가 판매 광고를 발 빠르게 냈다. ‘IMF 시대 필독서, 백만장자가 되는 법’ ‘IMF 시대, 영어가 경쟁력’(오성식 잉글리시) ‘최고의 품질로 IMF를 극복합니다’(에이스침대) ‘IMF 이겨내는 한국인의 힘’(파로마가구) 등 외환위기를 이겨내자는 광고문구는 경제위기를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승화시켰다. 에버랜드는 ‘가장 IMF답게 에버랜드로 오시는 법’이라며 대중교통 안내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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