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대화 궤도로 돌아와”… 사드봉합후 부드러워진 中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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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 제15차 한중일 심포지엄]한중일 국민상호이해의 촉진
中현대국제관계硏-日아사히신문 공동주최

본보 화정평화재단과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 주최한 제15차 한중일 심포지엄이 3일 중국 베이징 뉴센추리 
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도모코 아코 도쿄대 교수,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후지핑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지즈예 현대국제관계연구원장, 사쿠라 이즈미 아사히신문 오피니언 편집부위원, 한기흥 본보 
21세기평화연구소장, 자오창 환추시보 부편집장.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본보 화정평화재단과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 주최한 제15차 한중일 심포지엄이 3일 중국 베이징 뉴센추리 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도모코 아코 도쿄대 교수,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후지핑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지즈예 현대국제관계연구원장, 사쿠라 이즈미 아사히신문 오피니언 편집부위원, 한기흥 본보 21세기평화연구소장, 자오창 환추시보 부편집장.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이 이긴 것도 아니고 한국이 진 것도 아닙니다. 다른 견해도 있겠지만 (한중이) 적어도 대화의 궤도로 돌아와 대립의 길로 폭주하지 않게 됐습니다. 매우 좋은 개선의 기미입니다. 지역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봉합하고 관계 개선 의지를 발표한 지 사흘 뒤인 3일. 과거 사드에 대해 “북핵과 같은 악성종양”이라고 주장했던 중국 환추(環球)시보 소속 자오창(趙强) 부편집장은 “합의를 적극 환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를 포함해 ‘한중일 국민 상호이해의 촉진’을 주제로 베이징(北京) 뉴센추리 호텔에서 열린 이날 한중일 3국 공동 세미나에 참석한 중국 측 관계자들은 합의 이전보다 태도가 한층 부드러웠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가 ‘사드 철수라는 입장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한국과 관계 개선을 합의한 배경’을 묻자 후지핑(胡繼平)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은 주권, 원칙의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한국 등)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더욱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이 국익이 부딪치는 와중에도 대화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대답으로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와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 주최한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국 측은 중국 측이 사드 문제 봉합을 위해 한국에 약속을 요구했다는 이른바 ‘3NO’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남 이사장은 “한국에서는 ‘3NO’ 가운데서도 한미일 군사협력이 군사동맹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 데 대해 안보 주권 침해라는 비판이 있다”며 “한국에 이런 여론이 있다는 걸 중국이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오 부편집장과 후 부원장은 “양국 외교 과정에 어떤 구체적인 언급이 오고 갔는지는 잘 모른다”고 즉답을 피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미국은 냉전 이후 미일한(한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한반도 냉전 구조를 조성하려고 한다”며 중국 측의 ‘3NO’ 요구 배경이 한미 및 미일 동맹 견제에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미일동맹은 미국 아시아 전략의 초석이고 미국은 아시아 동맹을 통해 패권을 실현하고자 한다”며 “중일한(한중일) 3국이 운명공동체가 되려면 미국의 요소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출구”라고 말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느끼고 있는 북핵 미사일에 대한 절박한 무력감을 이해해야 하고 국제사회는 북핵 문제에 대해 한국 국민이 안정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후 부원장은 “북핵에 대한 한국의 불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중한 사드 배치 갈등 때도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제재와 군사 타격에만 흥미가 있는 것 같다. 다른 방법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하종대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환추시보가 사드 갈등에서 민족주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자오 부편집장은 “자국 이익과 관련된 경우 어떤 매체도 민족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고 국제주의에만 충성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면서도 “이것이 초래한 결과가 각국 국민들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경계하게 하고 원망하게 하고 심지어 적대심을 갖게 하는 점에 대해서는 언론인으로서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김일성의 6·25전쟁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북-미 갈등이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신석호 동아일보 국제부장의 지적에는 “중국이 전쟁을 조장했는지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즈예(季志業) 현대국제관계연구원장은 “3국 관계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는 지금 상황은 15년간 계속돼온 이 심포지엄의 공동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기흥 21세기평화연구소장은 “3국이 그동안 상호 불행한 일도 많았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지금처럼 세 나라 간 교류가 활발한 시기가 없었다”며 “우리는 같은 미래를 펼쳐 나가야 할 공동 주역임에 틀림없다. 좋은 이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쿠라 이즈미(櫻井泉) 아사히신문 오피니언 편집부 위원은 “일중한(한중일) 관계가 좋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이 서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2018년 평창 올림픽,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이 이어 열리는 일은 앞으로 100년 내에 다시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세계 번영에 기여하는 이벤트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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