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언어-국적 ‘3중벽’ 뚫은 재일교포 변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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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변련 부회장 선출된 백승호씨
사고로 오른팔 잃고 초등생때 이주… “日사회내 차별 해소 도움됐으면”

“일본 변호사단체의 부회장으로 선출된 만큼 착실하게 일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 그게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라 생각한다.”

8일 일본 최대 변호사단체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련)’ 부회장으로 선출된 백승호(57·사진) 변호사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처럼 포부를 밝혔다. 그는 언어, 장애, 국적 등 3중 장벽을 넘었고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변련 부회장에 뽑혔다. 서울에 살던 백 변호사는 여섯 살 때인 1968년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다. 사업에 실패한 뒤 일본으로 건너간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 오키나와(沖繩)현으로 이주했다.

처음엔 일본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고, 2017년 초부터 효고(兵庫)현 변호사회 회장으로 일했다. 그는 인권과 국내외 조약 관련 전문 변호사다. 일본에선 한국인 변호사 약 300명이 활동하고 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백 변호사는 “헌법 개정과 사형제에 대해 일본 변호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변호사들은 한국의 사형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한국에는 사형제가 존재하지만 실제 집행은 드물다는 이유로 한국형 모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백 변호사는 자신이 부회장으로 선출된 것에 대해 “일변련이 얼마나 국적, 장애 등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부회장 당선이 외국인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고 차별 없는 일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백승호 재일교포 변호사#일본 변호사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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