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5명 모두가 ‘농구 DNA’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부모-3남매 2代가 前現 등록선수… 양원준 WKBL 사무총장 가족이 사는법

초등학생 막내를 포함해 평균 키가 185cm인 ‘농구 가족’ 5명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드리블을 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남 양재민, 어머니 이경희 씨, 막내딸 양지원, 아버지 양원준 한국여자농구연맹 사무총장, 장남 양재혁.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초등학생 막내를 포함해 평균 키가 185cm인 ‘농구 가족’ 5명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드리블을 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남 양재민, 어머니 이경희 씨, 막내딸 양지원, 아버지 양원준 한국여자농구연맹 사무총장, 장남 양재혁.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재혁이는 3번과 4번, 재민이는 2번과 3번의 중간이라고 봐야죠.”

어머니 이경희 씨(47·168cm)의 말에 아버지 양원준 한국여자농구연맹 사무총장(47·188cm)과 재혁(20·연세대·194cm), 재민(18·경복고·200cm), 지원(12·신길초·175cm) 3남매가 고개를 끄덕인다. 웬만한 이는 ‘무슨 얘기인가’ 하겠지만 이 가족에게는 흔한 주제다.

5명이 뛰는 농구에서 3번은 스몰 포워드, 4번은 파워 포워드, 2번은 슈팅 가드를 뜻한다. 보통은 숫자가 클수록 신장이 좋다. 동생이 형보다 키는 크지만 어머니가 정확히 파악한 포지션은 ‘2.5번’이다. 슛이 좋고 득점 욕심이 많아서다. 반면 형은 어릴 때부터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은일에 충실한 스타일이었다. 선일여고, 이화여대를 졸업한 이 씨는 결혼 뒤 운동을 그만두고도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며 매일 농구와 함께하고 있다. 연세대 시절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은 양 총장은 전자랜드 코치, 사무국장을 지낸 뒤 여자농구 행정을 총괄하고 있다.

아이들을 운동선수로 키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농구 유전자’를 이어받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컸고 운동신경도 뛰어났다. 축구 차범근-차두리, 농구 허재-허웅-허훈 부자(父子)처럼 대를 잇거나 형제자매가 함께 운동을 하는 경우는 꽤 있지만 가족 5명이 같은 종목의 전·현 등록선수인 것은 처음이다.

장남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발을 다쳐 깁스를 한 뒤 살이 많이 쪘다. ‘이참에 농구나 시켜보자’고 농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 보낸 게 시작이었다. 용산중, 경복고를 거치는 동안 연령별 대표팀을 놓치지 않았던 양재혁은 지난해 연세대에 입학했고 올해 4학년이자 주장이었던 허훈(kt) 등과 대학농구리그 제패를 이뤄냈다.

늘 형과 놀던 양재민이 농구를 한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경복고 1학년 때인 2015년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17세 이하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주장을 맡아 한국 남자농구 사상 첫 국제농구연맹(FIBA) 주관대회 8강을 이끌었다. 지난해 9월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스페인 리그에 진출해 유럽 무대를 경험했다. 양재민은 지난달 연세대에 합격했다. 초등학교 여자부 최장신인 양지원은 올해 대한민국농구협회장배 전국대회와 소년체육대회에서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 씨는 지난해 ‘정유라 사태’ 이후 학교 체육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예전에도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얘기했지만 절감하지는 못했어요. 지금은 출석 체크부터 철저해요. 재혁이만 해도 대학에 붙은 뒤 시간이 좀 있었는데 재민이는 내년 졸업 때까지 수업에 빠지면 안 돼요. 지원이가 대학에 갈 때는 내신 등급도 좋아야 될 겁니다.”

양 총장에게 “3남매를 농구선수로 키우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큰아이 돌잔치 때 아버지의 지인이 ‘네가 받은 사랑을 물려주면 아이들이 잘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제 뒷바라지를 하실 때 부모님이 정말 애 많이 쓰셨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면 힘들다는 말 못 해요. 잘 자라줘 고마울 뿐이죠.”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농구#농구 가족#양원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