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즈의 쫄리’ 남수단 교과서에 실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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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울지마 톤즈’ 故 이태석 신부… 봉사활동 외국인으로는 처음
초-고교 사회교과서 2∼3쪽 소개… 청진기 들고 진료하는 사진 등 담겨

아프리카 남수단 교과서에 실린 고 이태석 신부. 남수단 한인회 제공
아프리카 남수단 교과서에 실린 고 이태석 신부. 남수단 한인회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 마 톤즈’로 잘 알려진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담은 국정교과서가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발간됐다. 이 신부는 남수단 오지마을 톤즈에서 성직자이자 의사, 교사로 봉사의 삶을 살다가 2010년 암으로 선종(善終)했다. 남수단에서 지역사회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외국인이 교과서에 소개된 것은 이 신부가 처음이다.

남수단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이 신부는 의사로서 수많은 남수단인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며 “이뿐 아니라 학교를 지어 직접 수학과 음악 등을 가르친 교육자로서 봉사의 삶을 살아 오랫동안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톤즈 마을의 유일한 의사였던 이 신부는 현지에서 ‘쫄리(John Lee·이 신부의 영어 이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존경과 사랑의 대상으로 추앙받았다. 의대를 졸업했지만 사제의 삶을 선택한 이 신부는 2001년 수단으로 건너가 극심한 내전과 빈곤에 시달리던 톤즈 마을에 정착했다. 그는 이곳에서 움막 진료실을 짓고 밤낮으로 환자를 돌보며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교과서에는 이 신부의 봉사활동은 물론이고 그의 활동이 남수단 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의미 등도 함께 담겼다. 남수단은 60년 가까이 내전을 치른 끝에 2011년 7월 수단으로부터 독립했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궁핍한 나라다. 상당수 국민이 기본적인 교육이나 의료 서비스로부터 소외돼 있다.

남수단 교육부는 이 교과서들을 내년 2월부터 학교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 신부에 관한 내용은 남수단 고등학교 시민생활 교과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등에 2, 3쪽 분량으로 소개됐다. 이 신부가 청진기를 들고 남수단 어린이들을 진찰하는 모습, 아이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상생활을 담은 사진 여러 장도 함께 실렸다.

교과서는 이 신부에 대해 “남수단의 열악한 지역인 톤즈 주민을 위해 헌신한 그는 남수단 국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영웅(hero)”, “인종·종교 분쟁이 약 200만 명의 남수단인을 숨지게 한 상황에서 그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애썼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신부는 2008년 휴가차 왔던 한국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고 1년여의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울지 마 톤즈#이태석 신부#남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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