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기념… 13개월 아들 업고… 함께 달린 ‘서울의 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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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7회 동아마라톤]지하철로 이동하며 열띤 응원
日서 원정온 마라톤 마니아도

역대 최대규모 2만8000명 참가



2016 서울국제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부문 등에 참가한 일반인 참가자들이 완연한 봄 날씨 속에 광화문광장을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2만4000명)보다 많은 2만80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40, 50대가 전체 참가자의 70%를 넘겼고, 30대와 60세 이상 참가자도 각각 1200명에 달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역대 최대규모 2만8000명 참가 2016 서울국제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부문 등에 참가한 일반인 참가자들이 완연한 봄 날씨 속에 광화문광장을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2만4000명)보다 많은 2만8000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40, 50대가 전체 참가자의 70%를 넘겼고, 30대와 60세 이상 참가자도 각각 1200명에 달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춘분인 20일 2만8000여 달림이들이 봄을 만끽하며 서울 도심에서 마라톤 축제를 벌였다. 이날 서울국제마라톤에는 역대 국내 대회 최다 참가자들이 남대문과 청계천, 동대문, 잠실종합운동장 등 서울의 역사를 느끼며 달렸다.

이날 오전 7시경 출발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밝은 표정으로 몸을 풀며 봄의 축제를 즐길 준비를 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소속 치어리더의 응원 속에 참가자들이 아이돌 그룹 노래에 맞춰 동작을 따라 하면서 분위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4형제가… 태권도복 입고…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2016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는 풀코스와 10km 코스에 도전한 이색 일반인 참가자들도 많았다. 같은 유니폼을 맞춰 입은 4형제(맨위 사진)와 태권도복을 입은 참가자 장길표 씨가 출발 전 결의를 다지고 있다. 김재희 jetti@donga.com·강성휘 기자
4형제가… 태권도복 입고…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2016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는 풀코스와 10km 코스에 도전한 이색 일반인 참가자들도 많았다. 같은 유니폼을 맞춰 입은 4형제(맨위 사진)와 태권도복을 입은 참가자 장길표 씨가 출발 전 결의를 다지고 있다. 김재희 jetti@donga.com·강성휘 기자
‘105리의 드라마’를 달리는 참가자 곁에는 가족이 있었다. 풀코스 참가자 정달화 씨(69)는 결승선에서 칠순 잔치를 열었다. 정 씨의 아들과 딸, 손자 손녀는 ‘할아버지 짱! 칠순 기념 축하드려요’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나와 응원했다. 정 씨는 “7개월 난 손자가 완주를 축하해 주는 듯 내 얼굴을 만져줬다”며 “내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노시봉 씨(34)는 13개월 아들을 등에 업고 달렸다. 노 씨는 “아들과 찍은 기념사진을 보여주며 함께 달린 추억을 이야기해 주겠다”면서 “아들의 응원을 받으니 몸은 무거워도 마음은 가볍다”고 말했다. 김재형 씨(53)는 남동생 3명과 함께 어머니 안옥순 씨(75)의 응원을 받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고려대 의대 마라톤팀 회원 14명은 ‘마라톤이 무릎 건강에 안 좋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이사(47)는 “마라톤 시작 전에 준비운동을 잘하고 무리하지 않게 뛰면 무릎 건강뿐 아니라 심폐기능도 좋아진다”며 “하반기에 마라톤과 건강을 주제로 한 의학 세미나도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육군 25사단 중대장인 이담용 중위(26)는 중대원 12명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 이 중위는 “한 달 동안 200km를 달리며 체력이 약한 중대원도 특급 전사가 됐다”며 “극한을 넘는 경험을 통해 전투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색 복장 참가자들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일본인 이시하라 나카히로 씨(40)는 일본 인기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 복장으로 참가했다. 함께 참가한 일본인 친구들도 슈퍼맨과 미니마우스 옷을 입었다. 이시하라 씨는 “서울국제마라톤이 워낙 유명한 대회라서 일본에서 서울까지 왔다”며 “마라톤은 재밌는 놀이이기에 재미난 의상을 준비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태권도 도복, 주꾸미 분장, 정장에 앞치마 차림을 한 참가자 등도 있었다.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중학교 교사인 심미선 씨(40·여)는 ‘피에로 가면’을 쓰고 반짝이 장식으로 꾸민 찜질방 옷을 입고 응원에 나섰다. 심 씨의 옷에는 응원하는 사람 이름까지 써 붙였다. 심 씨는 “지하철을 타고 풀코스를 따라 이동하면서 계속 응원했다. 응원을 하며 마라톤 회원들의 완주를 지켜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마라톤협회 총무인 김정호 씨(44)는 30km 지점에서 시각장애인용 지팡이를 들고 서서 연신 “파이팅”을 외쳤다. 올해 대회 준비 시간이 부족해 참가하지 못하자 동료 회원을 응원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유원모 onemore@donga.com·김재희·강성휘 기자
#마라톤#동아마라톤#서울국제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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