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의 긍정 에너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8일 05시 30분


코멘트
오프시즌 성공적인 전력 보강을 마친 여자배구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리셋’을 외쳤다. 부임 직후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시즌의 경험을 교훈삼아 정상 도전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경북 김천에 위치한 도로공사 체육관에서 주먹을 불끈 쥔 김 감독. 김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오프시즌 성공적인 전력 보강을 마친 여자배구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리셋’을 외쳤다. 부임 직후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시즌의 경험을 교훈삼아 정상 도전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경북 김천에 위치한 도로공사 체육관에서 주먹을 불끈 쥔 김 감독. 김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팀의 목표는 미래를 보는 ‘리빌딩(Rebuilding)’과 현재의 우승을 노리는 ‘윈-나우(Win-now)’ 둘 중 하나다. 2016~2017시즌 시련의 시간을 거친 V리그 여자부 도로공사는 세대교체의 압박에 맞서, 다시 한번 ‘윈 나우’의 노선을 설정했다. 유니폼에 별을 달 수 있는 최후의 도전을 결행한 것이다. 도로공사 재건을 지휘하는 김종민 감독은 사람 좋은 웃음과 별개로, 얘기를 나눠보면 강단이 느껴지는 지도자다. 2016~2017시즌은 성적과 별개로 도로공사 선수들을 하나로 융합하는 숙성의 시간일 수 있었다. 이제 싸울 수 있는 전력과 정신은 만들어졌다. 남은 것은 증명이다.

-벌써부터 우승후보 소리를 듣는다.(웃음)

“(조용한 웃음). 외국인선수 1픽(이바나)을 했으니까. 프리에이전트(FA) 박정아도 보강됐고. 큰 공격수가 없다는 도로공사의 아킬레스가 보강됐다. 좋은 선수가 왔어도 단점은 드러날 수 있다. 구단에서 투자 많이 해줬으니까 부담도 된다. 다만 감독은 항상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리다.”

-팀이 어떻게 달라질까?

“이바나는 서브에 강점이 있다. 서브에 비해 공격력이 조금 약했다. 체중을 10㎏ 뺐다 해서 물었는데 ‘더 빠른 움직임을 위해 그랬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외국인선수에게 공격점유율이 많이 갈 것이니까 근력은 키워야 할 것 같다. 8월에 들어오면 체크하겠다. 센터(정대영~배유나)에 배구를 아는 선수들이 있어도, 사이드(이바나~박정아) 점유율이 올라갈 것이다. (공격 틀이) 정립된 배구를 할 것이다.”

도로공사 이바나-박정아(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도로공사
도로공사 이바나-박정아(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도로공사

-리시브 받는 박정아가 상상이 잘 안 된다.

“나도 IBK기업은행에서 공격만 하는 박정아만 봤다. 수비훈련은 시키되 처음부터 너무 부담주면 공격까지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박정아는 장점(공격력)을 극대화해야 할 선수다. 서브 리시브는 자신감이다. 박정아는 정신력과 프라이드가 강한 선수다. 우리 팀 A옵션은 이바나 라이트~박정아 레프트다. (박정아의 리시브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1주일 훈련을 같이 해봤는데) 발목이 조금 안 좋은 상태다. 1달 반을 쉰데다 대표팀 소집이 이어져 걱정은 된다. 또 우리 팀에 와서도 훈련방식이 달라서 힘들 것이다.”

-지난시즌 여자팀을 처음 맡았다. 확실히 남자하고 달랐을 텐데?

“같은 배구이지만 많이 달랐다. 비슷할 줄 알았는데…(웃음). 기량, 컨디션 체크보다 멘탈이 우선이더라.”

-성적을 떠나서 선수들의 마음은 얻은 시간이었을 듯하다.

“(시즌 초반) 9연패 할 때 ‘힘들겠다’고 생각은 했다. 선수들 마음마저 놓칠 수 없었다. 꼴찌 했어도 감독을 믿어준 것 같다. 더 세심하게 접근하되 훈련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선수들도 내 스타일을 안다. 베테랑 이효희가 야간에 훈련을 자청한다. 선수들이 (지난시즌의 아픔을 거치며) 독하게 마음먹은 것 같다.”

-안 될 때는 선수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을 법한데 티를 안 내더라.

“(혼을 내서) 바뀌는 선수가 있고 아닌 선수가 있다. (대개의 여자선수들은) 안 됐을 때 감독이 세게 나가면 선수들이 체념할 수 있겠더라. 마음을 다독이며 끌고 가는 것이 전략이었다. 선수들이 (감독 마음을) 다 아는 것 같다. 특히 이효희, 정대영 등 고참들이 잘 끌어줬다. 배구 욕심이 많고, 스스로에게 독하다. 그래서 저 나이까지 할 수 있는 것 같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승률이 올라갔다.

“초반에는 외국인선수가 약해도 국내선수들끼리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나 갈수록 약점이 드러났다. 9연패를 했어도 경기 내용이 나쁘진 않았다. ‘끝까지 최선 다해라. 이기고 지고는 감독 책임’이라고 해줬다. 그런데 연패 끊고 다시 6연패할 때, 경기 내용이 연달아 안 좋았다. 특히 (버팀목이 되어야 할) 세터 이효희가 포기한 느낌이었다. 김천에서 경기 중에 뺐다. 다시 넣었는데도 의욕을 잃은 느낌이었다. 그날 경기 중에 공개적으로 꾸지람을 했다.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서 선수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밥 먹을 자격도 없다’라고. 식당 아주머니에게도 ‘퇴근하세요. 밥 버리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밤 10시까지 훈련했다. 가장 기본적인 훈련만 시켰다. 선수들이 굉장히 힘겨워했다. 그 다음에 주무한테 ‘라면 끓이라’ 해서 먹였다. 그 이후 5연승했다. 그 과정에서 효희를 따로 불러 ‘연패 하는 동안 감독은 너를 믿었다. 누가 들어가도 지는 상황에서 감독은 어떤 선수를 넣을지 생각해봐라. 너 혼자 30경기 다 뛸 수 없다. 백업 육성이 필요하다. (이)소라를 넣는 상황이 있을 터이니 잘 생각해라. 다시 기회를 잡아라. 안 변하면 같이 못 간다’고 전했다. 그 이후에 효희가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았다. 표정도, 운동도 달라졌다. 세대교체가 듣기 좋은 말이지만 이효희 만큼 하는 세터는 없다. 효희가 현역일 때, 후배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도로공사 이효희-정대영-배유나-임명옥(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도로공사 이효희-정대영-배유나-임명옥(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우승은 전력 이상의 의식적인 뭔가가 충족되어야 되는 것 같은데?

“이효희, 정대영, 배유나, 임명옥까지 고참들이 더 적극적이다. 박정아와 이바나까지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이 많아 걱정 안 한다. 변수는 백업이다.”

-김 감독 개인적으로도 배수진을 쳤을 것 같다.

“맞다. 처음 와서 많은 실수가 있었다. 항상 마지막이라 생각하지만 특히 지금은 더 그렇다. 지도자로서 자존심도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

-김 감독 배구인생은 항상 어려운 길만 밟는 것 같다.

“(한참 웃음) 남자팀에 비해 여자팀은 큰 문제보다 작은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하는 특수한 조직이다.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는 기분이다.(웃음) 이제 선수들의 얼굴과 행동을 유심히 보게 됐다. 그렇다고 선수들한테 다 맞춰 가면 안 된다. 선수들이 한계를 이겨내야 하니까. 강하게 갈 때는 가야 한다. 완벽하지는 않은데 이제 말로 집어내기 어려운 직감을 익힌 것 같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김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김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천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