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어시스트]SK 나이츠, 칼만 치켜들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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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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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SK는 2009∼2010시즌을 앞두고 팀의 ‘얼굴’ 가운데 일부를 슬며시 고쳤다. 1997∼1998시즌부터 줄곧 구단 엠블럼에 들어간 칼의 방향을 바꿨다. 나이츠(기사)라는 팀명을 지닌 SK는 아래로 향한 칼 모양을 반대로 돌렸다(사진). SK의 한 관계자는 “전쟁터에서 칼이 땅을 향하고 있으면 항복을 뜻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칼끝을 하늘 쪽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당시 SK는 7시즌 동안 한 차례만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칼 방향을 달리해 봤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지난 시즌 중반 김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 신선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어도 SK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에는 자유계약선수 김효범과 검증받은 외국인선수 테렌스 레더 등을 영입해 주희정 방성윤 김민수 등 기존 멤버와 함께 우승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까지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던 7위 SK는 최근 4연패에 빠져 6위 LG와의 승차가 2경기로 벌어졌다. 스타군단 SK의 부진은 모래알 같은 조직력과 주전 부상, 허술한 포워드 라인 등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나약한 근성도 지적된다. SK는 올 시즌 24패 가운데 10점 차 이상으로 진 경기가 17번에 이른다. 15점 차 이상의 완패도 11번. 지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악착같은 분위기를 SK에서는 찾기 힘들다. 8위 모비스는 27패 중 15점 차 이상으로 진 경기는 5번에 그쳤다. SK의 4쿼터 평균 득점은 18.7점으로 7위인 반면 4쿼터 평균 실점은 20.5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주 SK와 맞붙었던 한 감독은 “선수들이 뭔가 해보려는 의지가 안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농구연맹의 한 고위 관계자는 “SK는 팀이 져도 벤치에서 희희낙락하거나 감독이 선수를 교체하면 인상 쓰면서 물러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계산이 빨라 ‘신산(神算)’으로 불리는 신선우 감독은 “앞으로 무조건 2승 1패씩 해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SK는 과연 무뎌진 칼날을 세울 수 있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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