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신임감독 “동부산성 이미지 지우고 공격농구 이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9월 15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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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동부 이상범 신임 감독이 선수단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일본 나고야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자신들만의 농구를 만들기 위한 구성을 설명했다. 나고야(일본)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원주동부 이상범 신임 감독이 선수단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일본 나고야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자신들만의 농구를 만들기 위한 구성을 설명했다. 나고야(일본)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 프로농구 일본 전훈캠프에 가다 ⑥ 원주 동부

윤호영 부상·허웅 입대…리빌딩 적기
무한경쟁 통해 비주전 경쟁력도 증대


원주 동부의 새로운 사령탑 이상범(48) 감독은 “요즘 말 수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특히 연습경기를 하는 날이면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 작전지시도 간단하게만 한다.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를 선수들이 못해도 화내는 법이 없단다. 물론 이 감독이 지도스타일을 아예 바꾼 건 아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팀을 지휘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 감독은 “우리 팀 선수 대부분은 내가 오기 이전까지 출전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실수를 하면 벤치를 먼저 본다. 질책을 받거나 교체될 것을 두려워하는 듯 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어김없이 서두르면서 실수를 반복한다. 우리 팀 선수들의 이러한 특성상 내가 화를 내면 안 된다. 지금은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주고 있다.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자신감이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말대로 동부는 리빌딩을 시작한 팀이다. 오랜 기간 동부를 이끌었던 김주성(38)은 2016∼2017시즌부터 확실히 하락세다. 김주성에 이어 팀을 지탱했던 윤호영(33)은 아킬레스건 파열로 여전히 재활 중이다. 주전으로 활약했던 허웅(24)은 군에 입대했다. 지난해 주전 선수 3명이 한꺼번에 이탈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이 감독은 그나마 경기 경험이 있는 두경민(26)을 중심으로 팀을 재건하고 있다.

2016∼2017시즌 뿐 아니라 이번 시즌에도 예전과 비교해 전력이 하락한 동부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서 일찌감치 팀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들에게 공격과 수비 모두 기본을 강조하며 꾸준하게 경기에 뛸 기량을 갖추도록 훈련에 집중했다.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지만 성과도 있었다. 출전기회에 목말랐던 선수들이 국내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전보다 나아진 활약을 펼친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여전히 의문부호를 갖고 있다.

연습 경기와 실전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있는데 실전에서는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다. 잘 될 때는 문제가 없다. 관중들 앞에서 실수를 했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해내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실제 리그에서도 연습경기 때와 같은 모습이 나오면 팀이 자리 잡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는다. 실전에서도 선수들에게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며 우리만의 농구를 찾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시즌 초반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그가 말하는 우리만의 농구는 기존 동부의 색깔을 탈피하는 것이다. ‘동부 산성’으로 불렸던 수비농구 대신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을 팀에 이식하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틀을 정하진 않았다. 그 이유도 선수들을 생각해서다. “빠른 농구를 하겠다고 결정하면 선수들이 그 틀에 갇힐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이 능력치가 좋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이제 막 뭔가를 해보려는 이들이다. 틀을 짜면 오히려 선수들이 더 어려워 할 수 있다. 그래서 틀을 정하지 않는다. 대신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이 감독은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팀을 지도하고 있다.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보다는 선수들이 뛰는데 최대한 불편을 줄여 각자의 잠재됐던 능력치를 발휘할 수 있게 끔 하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도 정하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잘 하다보면 성적은 자연히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모든 경기에 집중하게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면서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알렸다.

동부는 국내훈련을 마치고 9월 14일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는 12명의 선수에게 고루 기회를 줬다. 훈련의 성과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일본 전훈부터는 조금씩 틀을 짜 나갈 생각이다. 이 감독은 “여기서 조금씩 주전과 시스맨을 나눠보려 한다. 그렇다고 확실히 구분하겠다는 건 아니다. 식스맨도 전훈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면 언제든지 주전이 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선수간의 경쟁도 이끌어내 동부를 다시 강팀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다. 화려한 꽃은 아니지만 각자가 아름다운 작은 꽃이라도 피우면 성공이라고 본다. 그런 날이 꼭 올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제자들을 응원했다.

나고야(일본)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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