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던 공이 스르륵…토머스의 12초 기다린 버디 퍼트가 몰고온 메이저 첫 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4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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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홀에서 12초를 서있던 토머스 퍼팅한 공이 컵 안으로 떨어지는 모습. 사진출처 PGA투어 홈페이지
10번 홀에서 12초를 서있던 토머스 퍼팅한 공이 컵 안으로 떨어지는 모습. 사진출처 PGA투어 홈페이지
승리의 신(神)이 서 있던 공을 향해 입김이라도 불어넣었을까. 12초를 멈춰있던 공이 스르륵 컵 안으로 떨어져 사라졌다.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던 저스틴 토머스(24·미국)는 컵을 향해 모자를 어루만지면서 고개를 숙이며 활짝 웃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4라운드 10번 홀(파5·610야드)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던 토머스는 이 홀에서 2.4m 버디 퍼트를 시도했다. 퍼터를 떠난 공은 컵 왼쪽 에지에 걸려 있었다. 현지 방송 해설을 맡은 골프 레전드 닉 팔도는 “하나, 둘, 셋…”하고 숫자를 셌지만 공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홀아웃을 하려고 토머스가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공은 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프닷컴은 “12초 만에 공이 홀 안으로 들어갔다. 투어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기다렸던 퍼트였다”고 보도였다.

이 홀에서 토머스는 연이은 행운을 맞았다. 앞서 티샷한 공이 왼쪽 숲을 향해 날아갔으나 나무에 맞고 페어웨이에 들어온 것. 그냥 숲 속에 떨어졌다면 타수를 크게 잃을 수도 있었다. 토머스는 “공에게 계속 ‘운을 가져다 달라’고 하소연했는데 효과가 있었다”며 웃었다. 이 홀 버디로 토머스는 공동 선두에 복귀하며 치열한 후반 승부를 전개할 수 있었다.

결국 토머스는 14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퀘일할로골프장(파71)에서 끝난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날 토머스는 버디 6개와 보기 3개로 3언더파를 쳐 최종 합계 8언더파로 우승했다. 99번째 대회에서 챔피언에 등극한 그는 189만 달러(약 21억6000만원)와 함께 우승자에게 주는 워너메이커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달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음료수룰 부어 마시고 있는 조던 스피스(왼쪽)와 저스틴 토머스. 골프채널 화면 캡처
지난달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음료수룰 부어 마시고 있는 조던 스피스(왼쪽)와 저스틴 토머스. 골프채널 화면 캡처

패트릭 리드(미국),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는 2타차 공동 2위로 마쳤다. 양용은에 이어 아시아 선수로는 두 번째 메이저 우승에 도전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공동 5위(5언더파)에 머물렀다.

토머스가 12초 만에 기록한 버디는 잠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골프 규칙 16조 2항에 따르면 ‘ 공의 일부가 홀 가장자리에 걸쳐 있는 경우 선수에게 부당한 지연 없이 홀까지 가는데 충분한 시간과 그에 추가하여 공이 정지해 있는가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한 10초간이 허용된다. 그때까지도 공이 홀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 공은 정지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돼 있다. 10초를 넘겼기에 버디가 아니가 파가 맞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10초를 세는 시점은 공이 가장자리에 멈춰선 순간부터가 아니라 선수가 부당한 지연 없이 다음 스트로크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부터여서 토머스 사례와는 무관했다. 원형중 이화여대 교수(골프 전공)는 “토머스는 부당한 지연이 없었고 홀아웃을 하기 위해 이동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10초 룰과는 무관했다”고 설명했다.

후반을 기분 좋게 시작한 토머스는 13번 홀(파3)에서는 12m 칩인 버디까지 넣은 뒤 선두를 질주했다.

우승 후 토머스는 자신에 골프를 가르친 클럽 프로 출신 아버지 마이크와 껴안으며 기쁜을 나눴다. 토머스의 할아버지 역시 PGA 프로 출신. 3대에 걸친 골프 집안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안은 토머스는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내게 누구보다 큰 영감을 준 존재”라고 고마워했다.

토머스는 이번 대회에서 최연소 커리어그램드슬램에 도전했다 실패하며 공동 28위에 자리한 조던 스피스(미국)와는 주니어 시절부터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 사이. 주니어 시절 함께 햄버거를 먹어가며 골프 스타의 꿈을 꿨던 토머스와 스피스는 차세대 필드 에이스로 라이벌 구도를 그려가고 있다.
주니어 시절 햄버거를 물고 있는 저스틴 토머스(왼쪽)와 조던 스피스. 사진출처 PGA투어 트위터
주니어 시절 햄버거를 물고 있는 저스틴 토머스(왼쪽)와 조던 스피스. 사진출처 PGA투어 트위터

이번 시즌에 4승째를 거둔 토머스는 1월 소니오픈에서 역대 최연소로 꿈의 스코어인 59타를 기록한 뒤 PGA투어 72홀 최소타 기록인 27언더파 253타로 우승했다.

18개월 때 처음 감나무로 된 골프채로 골프를 시작한 토머스는 PGA투어 윈덤챔피언십에 초청을 받아 역대 3번째 어린 나이(16세 3개월 24일)로 컷을 통과했다. 앨라배마대 시절 주요 대회 우승을 휩쓸며 미국 대표로 활약한 그는 2013년 프로 데뷔 후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를 거쳐 2015년 PGA투어에 데뷔했다.

그는 178cm, 66kg의 왜소한 체구에도 폭발적 장타를 지녔다. 이번 대회에서도 327.9야드의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로 1위에 올랐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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