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눈밭 날고 뛰고… “한방 꼭 터뜨려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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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복합 ‘나홀로 대표’ 박제언

멀리 날아야 하는 스키점프와 힘차게 눈밭을 지치는 크로스컨트리를 병행하는 노르딕복합 선수들은 늘 최적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국내 유일의 노르딕복합 선수 박제언은 “시즌을 앞두고 60kg대까지 살을 뺐더니 확실히 피로에서 회복하는 속도가 늦어지더라. 71kg대 체중을 유지하면서 코어트레이닝에 집중하다 보니 원하는 대로 동작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대한스키협회 제공
멀리 날아야 하는 스키점프와 힘차게 눈밭을 지치는 크로스컨트리를 병행하는 노르딕복합 선수들은 늘 최적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국내 유일의 노르딕복합 선수 박제언은 “시즌을 앞두고 60kg대까지 살을 뺐더니 확실히 피로에서 회복하는 속도가 늦어지더라. 71kg대 체중을 유지하면서 코어트레이닝에 집중하다 보니 원하는 대로 동작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대한스키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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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국내 노르딕복합 선수 수다.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를 결합한 노르딕복합은 미국 유에스에이투데이가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일반인이 가장 하기 어려운 겨울올림픽 종목’으로 꼽은 스포츠다. 국내 팬들에겐 유독 낯선 스포츠 분야다.

국내 저변은 좁지만 꿈조차 작으란 법은 없다. 3일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이 열린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만난 국내 유일의 노르딕복합 선수이자 국가대표인 박제언(24·사진)은 “홈그라운드 이점을 살려 올림픽에서 한 방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박제언의 아버지이자 대표팀 감독인 박기호 감독(53)도 “노르딕복합 선수치고는 체중이 나가는 편인 제언이(71kg)가 바람이 강한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에서는 오히려 무게중심을 잘 잡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꼭 닮은 부자(父子) 대표팀의 각오였다.

크로스컨트리 선수였던 박제언이 국내 노르딕복합 개척자 역할을 맡게 된 건 아버지의 조언 때문이었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박 감독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아들에게 종목 전환을 제안했다. 박제언은 “크로스컨트리를 계속 했더라면 지난해 대륙간컵 6위 같은 성적은커녕 월드컵 포인트를 쌓기도 어려웠을 거다. 월드컵 참가 첫 시즌(2015∼2016)에 나를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신기해하던 다른 나라 선수들도 이제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넨다.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종목 전환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기호 감독, 박제언, 요코 카리알라이넨 코치(왼쪽부터). 릴레함메르=강홍구 기자
박기호 감독, 박제언, 요코 카리알라이넨 코치(왼쪽부터). 릴레함메르=강홍구 기자
의지만으로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 박제언은 이번 대회 스키점프 예선에서 상위 40위 안(59명 중 53위)에 들지 못해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관건은 스키점프에서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내느냐다. 노르딕복합 개인 경기에서는 스키점프 성적 1점당 4초꼴로 크로스컨트리 출발 시간을 늦춘다. 스키점프 성적이 좋지 않으면 그만큼 크로스컨트리에서도 불리하다. 박제언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지 않지만 올여름 스키점프 페이스가 좋았던 만큼 올림픽 때까지 최대한 실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차 월드컵을 마친 박제언은 올림픽 전까지 에스토니아, 프랑스 등을 돌며 유럽에서 훈련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전임자의 사정으로 4개월 가까이 비어 있던 기술담당 코치 자리에 지난달 핀란드 출신의 요코 카리알라이넨 코치(61)가 합류하면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노르딕복합 선수라는 책임감도 박제언을 앞으로 이끌고 있다. “평창 이후에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이 또 어떻게 줄어들지 모르잖아요. 최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사촌여동생이 노르딕복합 선수의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훗날 나올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릴레함메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국내 노르딕복합선수#노르딕 복합 나홀로 대표#박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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