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예술 서커스, 바로 우리들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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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폐막식 연출 파스카, 아트 서커스 ‘라 베리타’ 공연차 방한

사진가 집안에서 태어난 다니엘레 핀치 파스카 연출가는 “조명을 모든 시각적 표현의 중심에 둔다”며 “소치 겨울올림픽 폐막식에서도 규모가 큰 조명을 많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 제공
사진가 집안에서 태어난 다니엘레 핀치 파스카 연출가는 “조명을 모든 시각적 표현의 중심에 둔다”며 “소치 겨울올림픽 폐막식에서도 규모가 큰 조명을 많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 제공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폐막식에서 러시아의 정신과 문화를 아름답고 장엄하게 표현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연출가 다니엘레 핀치 파스카(53)가 한국을 찾았다. 스위스 출신인 그가 만든 아트 서커스 ‘라 베리타’가 27일부터 나흘간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기 때문이다.

LG아트센터에서 25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그에게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막식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예산 규모와 남은 시간을 정교하게 계산해 최대치를 뽑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에서 후대에 남길 만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어요. 기술의 힘에 중점을 둬 거대한 오브제를 많이 사용했죠.”

파스카는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도 카니발 형식의 화려한 폐막식을 연출해 갈채를 받았다. 그는 “토리노 올림픽 때는 이탈리아 정취를 뿜어내며 인간의 힘을 시적으로 표현해주길 원했다”며 “개·폐막식의 경우 사람은 순수함의 결정체로, 연대와 즐거움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실현하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아트 서커스로 불리는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삶의 반짝이는 순간을 애크러배틱으로 표현한 것이 서커스죠. 어릴 때 높은 곳에 올라가면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는데 그것이 서커스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진실이라는 뜻의 ‘라 베리타’는 194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발레 ‘광란의 트리스탄’의 배경막으로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달리의 작품을 2009년 경매로 손에 넣은 수집가는 파스카에게 이 그림을 공연에 사용해 달라고 제안했다.

“달리의 그림을 보고 전율했습니다. 달리는 사랑, 공포 등 여러 감정을 악몽과 결합해 몽환적으로 표현했죠. 공연에서는 이를 가볍게 풀기 위해 샤갈 그림의 느낌을 많이 반영했어요.”

달리의 삶을 철학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는 달리의 집을 찾아가 봤고, 달리의 작품과 관련 책들도 살펴봤다. 그는 “이 과정에서 얻은 영감을 모자이크처럼 하나하나 짜 맞춰 나갔다”고 했다. ‘라 베리타’는 2013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후 20개국에서 30만여 명이 관람했다. 달리의 그림은 초연부터 3년간 공연에 사용했지만 훼손을 막기 위해 이후부터는 복사본을 사용하고 있다.

1인 광대극 ‘키아로’에서 직접 연기도 했던 그는 캐나다의 양대 서커스 단체로 꼽히는 ‘태양의 서커스’와 ‘서크 엘루아즈’에서 여러 작품을 연출했다. 이 중 ‘네비아’(2008년)와 ‘레인’(2011년)은 한국에서도 공연됐다. 러시아 마린스키극장과 영국 국립오페라단에서 오페라 ‘아이다’ ‘레퀴엠’을 연출하는 등 장르를 넘어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그가 설립한 극단인 ‘컴퍼니 핀치 파스카’는 스위스, 러시아, 이탈리아, 우루과이 등 18개국에서 온 단원으로 구성됐다. “다국적 단원들과 유목민처럼 세계 곳곳을 다니며 쌓은 경험을 함께 작품에 녹입니다. 한국의 이미지도 앞으로 만들 작품에 반영되지 않을까요?”

등산과 버섯 따기를 즐긴다는 그는 “관객에게 삶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대전예술의전당(5월 5, 6일)과 대구 수성아트피아(5월 10, 11일)에서도 열린다. 4만∼10만 원. 02-2005-0114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소치올림픽 폐막식 연출 파스카#아트 서커스 ‘라 베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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