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댓글부대, IOC에 조직적 반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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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없인 올림픽도 없다’ 해시태그… 러 국민감정 자극하며 퍼뜨려
국영방송들도 일제히 캠페인 소개

‘#NoRussiaNoGames(러시아 없이는 올림픽도 없다).’

지난달 러시아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6명이 도핑 혐의로 올림픽 출전이 영구 금지되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는 한 학생이 이에 반발하며 처음 이런 해시태그를 트위터에 올렸다. 출전이 금지된 스키 선수의 어머니 중 한 명의 항변을 담은 동영상이 포함된 이 글은 당시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5일 조직적 도핑 스캔들을 이유로 러시아 국가 선수단의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금지하자 1700개였던 이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9000개로 뛰어올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8일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은 자체 투표를 거쳐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 출전을 결정했다. 그러자 친정부 세력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뒤에서 민족 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의혹을 제기했다. 누군가가 가짜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자동 프로그램을 가동시키거나 때로는 ‘댓글 부대’를 동원해 이 ‘#NoRussiaNoGames’ 해시태그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03_PPM 계정은 최근 사흘간 러시아 언어로 된 기사들을 링크한 트윗 275개에 이 해시태그를 달아 퍼뜨렸다. 러시아 서남부 도시 오렌부르크에서 만들어진 @ungestum 계정은 이 해시태그를 써서 238개의 트윗을 보냈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올린 흔적과 함께 러시아어로 쓴 텍스트도 포함돼 있어 프로그램과 사람이 동시에 트윗을 작성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는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러시아가 즐겨 했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동기를 가진 서방 세계의 결정으로 러시아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부각시켜 내부 단결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에 기반을 둔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에서 일하는 벤 니모는 “러시아가 얼마나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는지 감정적으로 건드리기에 딱 좋아서 국가 이해관계와 절묘하게 맞은 캠페인”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국영방송들은 일제히 이 캠페인들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즈베즈다 방송국의 한 앵커는 TV에 이 슬로건이 쓰인 티셔츠를 입고 나왔고, 처음 이 해시태그를 만든 학생과 아버지는 연일 언론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그 학생의 아버지인 이고르 스타르코프는 “누구도 아들에게 그 캠페인을 시작하라고 한 적이 없으며 순수하게 우리 생각이었다”며 배후 조종 의혹을 부인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러시아#올림픽#댓글부대#i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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