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발…김신욱 잘 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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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 ‘도쿄 대승’…E-1 2연패

신태용 감독이 모처럼 김신욱(전북) 사용법을 찾으며 ‘도쿄 대승’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악착같은 승부를 펼치며 4-1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2015년 대회에 이어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5월 24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긴 이후 7년 7개월 만에 일본전 승리도 맛봤다. 이날 후반 24분 네 번째 골을 넣은 염기훈(수원)은 7년 전 승리 당시 결승골을 넣은 박지성(은퇴)이 일본 응원단을 바라보며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며 펼쳤던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집중력과 활동량이 돋보였다. 선수들은 느슨했던 중국전, 북한과의 경기와는 달랐다. 최전방에서 김신욱과 투 톱으로 짝을 이룬 이근호(강원)를 비롯해 이재성 김진수(이상 전북), 김민우(수원), 고요한(서울) 등이 부지런히 뛰며 90분 내내 주도권을 쥐었다.

미드필더로 함께 출전한 이재성 김민우의 시너지 효과가 빛났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재성은 전반 35분 상대 수비진을 파고들며 김신욱에게 이어지는 스루패스로 한국의 세 번째 골을 도왔다. 김신욱은 이 패스를 왼발 슛으로 골로 연결했다. 이번 대회 1골 2도움을 기록한 이재성은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이재성은 또 이번 대회에서 처음 주어진 파이터상(best duel player)도 받았다. 태클 수 등 통계 수치를 종합해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K리그 클래식 MVP였던 이재성은 일본전에서 함께 맞섰던 J리그 MVP였던 고바야시 유(가와사키 프론탈레)에게 판정승을 거두었다.

이재성에게 상대 수비가 쏠릴 때면 4-4-2 포메이션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김민우가 활동 폭을 넓혔다. 중앙과 오른쪽까지 폭넓게 뛴 김민우는 공을 중심으로 대표팀이 순간적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전체 공 점유율은 일본이 50.2%, 한국이 49.8%였지만 실속은 한국이 챙겼다.

정우영(충칭 리판)의 패스 조율을 받은 이들이 일본 수비 좌우를 흔들면서 196cm의 김신욱 사용법이 모처럼 제대로 가동됐다. 김신욱은 한결 수월하게 키가 작은 마크맨과 자신 있게 일대일 싸움을 벌일 수 있었다.

한국은 전반 시작하자마자 일본에 페널티킥을 허용했지만 전반 13분 상대 왼쪽 측면을 파고들던 김진수의 크로스가 상대 수비를 넘어 김신욱의 머리에 정확하게 배달되며 빠른 시간 안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전반 22분 정우영의 그림 같은 역전 프리킥 골에 이어 전반 35분 김신욱의 골, 후반 24분 염기훈의 추가골로 대승했다.

이근호는 “결국 활동량이 신욱이를 살렸다”고 했다. 2010년 1월 첫 A매치에 나선 이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김신욱은 “신태용 감독께서 제대로 된 사용법으로 나를 살렸다. 나는 긴 공을 머리로 떨어뜨려 주는 역할만 받으면 잘 뛰지 못한다. 경기 전 감독, 코치들과 미팅을 수없이 하면서 준비한 다양한 패턴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확인된 내용들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한일전 대패 소식을 전했다. 일부 언론은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계속 지휘봉을 맡겨도 될지 의문을 표시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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