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정말 LG에 중징계를 내린 것일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21일 05시 30분


코멘트
스포츠동아DB
스포츠동아DB
KBO 상벌위원회가 20일 물증이 포착된 LG의 ‘사인 훔치기’에 관한 징계를 내렸다. LG 트윈스 구단에 2000만원, 류중일 감독에게 1000만원, 한혁수 1루 주루코치와 유지현 3루 주루코치에게 100만원씩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LG는 19일 광주 KIA전에서 덕아웃 뒤편 통로에 상대팀의 구종별 사인이 적힌 종이를 게시한 것이 적발됐다.

KBO는 “중징계”라는 입장이다. LG가 명확히 규정을 위반했다고 단정 짓기 애매한 상황에서 벌금액이 작지 않다. KBO는 “상벌위원회는 LG가 사과문과 소명 자료를 통해 해당 사안이 타자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으며 전력분석팀의 독단적 행동이었다고 설명했으나, 이는 구단이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반적이지 않은 행위로 리그 전체의 품위와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해 인지 여부를 떠나 구단뿐 아니라 현장 관리자의 책임을 물어 단장, 감독, 코치에게도 이와 같이 제재했다”고 근거를 달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경징계’라는 주장도 KBO의 설명 속에 들어있다. 비유하자면 KBO 상벌위원회는 피고 측 변호인은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원고 측 검사는 부재한 재판이었다. LG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논박하고,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증거를 찾아낼 주체가 없었다. 상벌위 인사는 “시간을 두고 조사한다고 가능하겠나? 수사관이 나서도 쉽지 않을 일”라고 현실적 얘기를 했다.

결국 ‘타자들에게 이익을 줄 목적이 아니었다’, ‘전력분석팀의 독단적 행동’이라는 LG 주장을 KBO는 수용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박하지는 못했다. 결국 ‘그래도 의혹이 해명된 것은 아니니, 그리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니 그냥은 못 넘어간다’는 차원에서의 징계로 바라볼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KBO는 ‘여론법’을 따른 셈이다. LG의 행위는 도의적 지탄은 받을망정 위법성 측면에서는 논쟁의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상벌위 인사는 “규정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해외 사례도 참조했다. 감독, 코치는 인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관리 책임을 물었다”라고 말했다.

정작 LG는 KBO 징계에 항소할 뜻이 없는 듯하다. 벌금액이 크다지만 핵심 쟁점에서는 상당부분 LG 주장이 관철되었기 때문이다. KBO가 회원사인 LG를 벼랑까지 몰아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딱 그만큼 실체적 진실에서 멀어진 것은 어쩔 수 없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