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임수빈]미세먼지, 전기차에서 답 찾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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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빈 연세대 경영대 교수
임수빈 연세대 경영대 교수
실리콘밸리를 가면 항상 들르는 곳이 있다. HP, 구글, 야후 등의 우량기업과 최근에는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 미국을 이끄는 혁신적인 신생기업들의 창업을 성공시킨 스탠퍼드대이다. 최근 이 대학을 방문했을 때 특히 눈에 띈 것이 있다. 광활한 캠퍼스와 인근 타운에 있는 스탠퍼드대 소속 사무실을 연결해 주는 전기 버스다.

놀라운 것은 이 대학에서 운영하는 40대가 넘는 버스가 ‘비야디’라는 중국 회사 제품이라는 점이다. 전기자동차가 가장 발달되고 상용화된 미국 실리콘밸리의 핵심인 스탠퍼드대에 중국 회사가 최첨단 전기 버스를 대량으로 공급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중국이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작한 전기차 회사인 비야디의 성공을 보고 우리가 걱정하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있지만 미세먼지 정화에 필요한 한중 공동의 노력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먼저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정화시키는 자구책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언론 보도나 연구 결과를 보면 산업단지의 미세먼지 농도가 주거단지보다 유의미하게 높고, 그 원인은 공단에 출입하는 디젤 화물차의 매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바꿔 말하면 일반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노력만으로 미세먼지를 현격히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제 에너지 기구는 2030년까지 전기차가 전 세계에 1억3000만 대 정도 팔려 점유율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정부 주도로 도시 공해를 줄이고 유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기차 개발과 상용화에 집중 투자를 해 왔다. 그 결과 2009년에 이미 미국보다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선도 국가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전기충전소 같은 인프라를 포함한 전기차의 생산, 관리, 유지를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늦었다. 기업 차원에서도 전기차 개발, 생산,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다른 나라보다 많이 뒤처지게 되었다.

갈 길이 아직 멀지만 최근 현대·기아자동차에서 미국 시장에 전기차를 출시한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최근 미국 첨단기술 관련 매체 CNET에서 한국 기업이 생산한 전기차를 “미국 테슬라의 3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고 한 번 충전에 300km 이상을 갈 수 있어 중소형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호평하기도 했다.

세계 6대 자동차 생산 국가이면서도 기술 동향이나 미래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한국이 전기차 산업에서 후발주자가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중국의 사례처럼 후발주자로 출발하였지만 미래를 잘 예측하면 얼마든지 전기차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 단거리 이동이 많고 교통체증이 심한 한국 교통 상황에서 전기차 상용화 및 보급은 미세먼지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해줄 뿐 아니라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까지 개척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임수빈 연세대 경영대 교수
#전기자동차#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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