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北 철도·도로 연결 착공, 韓美 제재 갈등 부작용 경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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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어제 판문점에서 고위급회담을 갖고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의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에 갖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이달 하순부터 경의선 철도를 시작으로 현지 공동조사에 들어간다.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은 북한의 개혁 개방을 촉진하고 교류협력을 증진시킬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필요한 사업이다. 비핵화가 이뤄져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는 시기가 오면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착공 시기와 속도의 적절성, 대북 제재 시스템 속에서 요구되는 절차를 소홀히 한 점이다.

남북이 어제 합의한 착공식이 단절 구간의 연결에 국한되는지, 아니면 북한 내 전 구간을 현대화해주는 방대한 사업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만약 후자까지 포함한 합의라면 유엔 제재의 근간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부는 비핵화가 진전을 보기 전까지는 단절 구간 연결이라는 상징적 공사에 국한하고 북한 내 구간 현대화는 비핵화 완료 후의 장기적 계획이라고 유엔이나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단절 구간 연결에 국한된 착공이라 해도 먼저 제재 적용 면제를 명확히 받아낸 뒤에 추진됐어야 마땅했다. 장비 및 물자의 북한 반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의 한미 간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해왔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8월 말 경의선 철도의 북측 구간 조사계획이 비무장지대(DMZ)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의 불허로 무산된 바 있듯이, 미국 등 국제사회는 한국이 대북제재에서 이탈하려는 조짐이 아닌지 매우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 더구나 미국은 제재 강화에 더욱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연내 착공이라는 시한에 쫓긴 나머지 유엔 및 미국과 사업 수위와 속도를 충분히 협의하고 제재 적용 면제 승인을 받는 정상적 절차를 소홀히 할 경우 역효과를 빚을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이 북한을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견인해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반대로 북한으로 하여금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남한과 중국 러시아가 제재 이탈의 기류를 타고 있으며 시간은 자신들 편이라는 오판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울러 철도·도로 연결에 소요될 재원과 사업구상을 국민과 국회에 상세히 밝혀야 할 것이다.
#남북 고위급회담#철도 착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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