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에 반대급부 요구하며 9월 평양 정상회담 합의해준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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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어제 판문점에서 고위급회담 전체회의를 열고 9월 안에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9월 평양 정상회담 개최는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가을 평양회담에 합의한 바 있으므로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그러나 속전속결로 끝난 어제 회의의 기류는 예상과는 다소 달랐다. 당초엔 우리 정부가 김정은의 9월 유엔총회 참석을 목표로 이르면 8월 말이나 9월 초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는 불가능하게 됐다.

북측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어제 “이산가족 상봉과 철도·도로·산림협력 등 교류문제가 산재해 있다”며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측에 대해 경제협력과 이에 수반되는 대북제재 해제 등의 반대급부 없이는 정상회담을 비롯한 여러 과제들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북한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2일 “남측이 돈 안 드는 일만 하겠다는 심산으로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차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어지는 교착상태를 대화 국면으로 돌려놓고, 김정은의 유엔총회 참석을 이끌어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촉진하고 비핵화 선언의 구속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는 정상회담을 빌미로 남측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한미 간의 틈을 벌리다가,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 국면으로 흐름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평양회담은 2000년,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다. 서로 오고 가는 게 외교의 격식에 맞다. 그럼에도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태업을 끝내게 할 수 있다면 평양회담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종전선언 등에 대한 한미 입장차를 해소하지 못한 채 이벤트성 회담에 치중한다면 외교적 입지를 심각하게 좁히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 철저히 비핵화에 집중해 의제 선정 등 준비과정부터 의연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남북 고위급회담#남북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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