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강석]난민, 법 테두리 안에서 대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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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시인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시인
예멘 난민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나는 지난주 우리 교회 교역자수련회차 제주도에 갔을 때, 난민 몇 명을 만나봤다. 그들을 대하면서 문득 우리 민족의 역사가 스쳐갔다. 우리 민족도 일본에 나라를 빼앗겨 두만강을 넘고 멕시코에 팔려간 난민 신세였던 때가 있었고, 상하이에서 임시정부를 세운 분들도 난민 신분이었다. 우리는 지금 그 망명정부를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목회자로서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대접하라는 성경 말씀대로 그들에게 금일봉을 전달하면서 따뜻하게 기도도 했다. 그들을 실제로 만나보니 경계심보다는 인도주의적 감성과 측은지심이 복받쳐 올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 수용과정에 있어서 일시적 감상주의에 빠지지 말고 지속 가능한 사랑의 손길을 뻗쳐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민 수용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다. 실제로 난민 가운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범죄자도 있을 수 있고, 조직적으로 훈련을 받은 위장난민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정부는 난민 심사에 있어서 엄격한 기준과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신속함보다 신중함이 중요한 때다.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등장한 국민국가(Nation-State)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며, 국가 본연의 기능과 성격은 기본적으로 배타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는 취업 목적 위장난민이나 국내 치안, 테러 위험 등을 목적으로 한 국내 유입은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인도주의적 가치와 국격을 훼손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난민 심사기간에 이들이 임시체류하며 한국에 적응하도록 돕는 캠프나 수용시설 같은 완충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난민 문제는 교회뿐만 아니라 타 종교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종교와 국가의 역할은 다르다. 난민 수용 여부는 국가가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철저한 검증을 하도록 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하며, 교회는 교회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난민자격을 얻은 사람에게는 우리나라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난민자격을 얻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온정의 손길을 내밀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교회는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앞세워야 하지만 그렇다고 법을 초월하여 절차도 없이 모두 난민으로 받자고 주장해선 안 된다. 또한 성경적 가치와 인도주의적 정신을 외치되, 국가라는 구조와 법 안에서 종교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시인
#예멘 난민#난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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