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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가상통화 불구경 하다가 ‘불확실성 기름’ 부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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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가상통화 불구경 하다가 ‘불확실성 기름’ 부은 정부

동아일보입력 2018-01-13 00:00수정 2018-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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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어제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실명 확인 서비스 도입을 연기했다. 가상통화 거래가 사회문제가 된 상황에서 정부 정책조차 오락가락하자 일단 보류한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어제 6개 은행 담당자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실명확인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고 신규계좌 개설 업무를 이달 말 재개하기로 했지만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그제 법무부가 부처 간 조율 없이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이 요동친 것처럼 가상통화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법무부의 발표에 대해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지만 조율된 정부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가상통화가 국제 시세보다 30∼50% 비싸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과열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상통화 투자의 위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달려드는 한국 특유의 투자문화도 한 원인이다. 여기에 최악의 청년실업난 속에서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20, 30대 젊은층이 전 재산을 걸고 뛰어드는 현상은 분명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무조건 폐쇄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가상화폐는 가치 없는 돌덩어리”라고 언급한 것은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국내 거래소를 폐쇄해도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개인 간(P2P) 거래로 얼마든지 가상통화는 거래할 수 있다. 부작용이 있다고 거래소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이미 가상통화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은 국내 산업계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상선은 화주-선사-세관-은행 등이 블록체인 기술로 물류 관련 서류를 동시에 공유해 문서 위·변조 가능성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가상통화를 허용해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느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자체는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해 말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先物) 거래를 시작하며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또 미국이나 영국, 호주, 독일 등은 가상통화에 세금을 매기며 불록체인 기술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대표적인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됐지만 여태 ‘강 건너 불구경’처럼 손놓고 있었다. 금융당국 역시 하루에 수조 원이 거래되는 가상통화 시장에 대해 공식적인 화폐가 아니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난해 7월 ‘거래소 인가제’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단 한 차례도 법안 심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가상통화 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해당 업계와 기술 활용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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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신한은행#가상통화 거래 실명 확인#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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