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윤창효]한여름, 산에서 나무 베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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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효
진입조차 어려운 숲의 숨통을 틔워주는 작업을 시작한다. 7, 8월의 삼복더위에 숲을 가꾸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잡목을 제거하고 간벌작업(나무 간 간격을 유지시키는 작업)을 하면 살림이 울창해지고 서식 환경이 개선돼 개체수가 늘어난다. 작업 후에는 나무 직경이 3배 이상 빨리 성장한다고 한다.

약 40년 전에 조림한 인공림과 오랜 세월 자연스레 숲을 이룬 천연림을 구분해 숲을 가꾸기로 했다. 인공림은 솎아베기를 하고 제재목을 수집하기 위한 작업로를 개설하기로 한다. 천연림은 나무 성장에 방해되는 것들을 제거하고 바르게 자라지 못하는 나무들을 개량하고 솎아베기로 한다. 군청 산림과는 산림 설계, 작업, 감리까지 전 과정을 관리·감독한다.

선목팀이 벌목할 나무들에는 빨간 줄을 긋고 경계선 나무에는 흰 줄을 그으며 숲을 누빈다. 산은 경사도가 다양하지만 해발 700m가 넘어 대체로 악산이다. 벌목 작업은 그야말로 극한작업이다. 수고(樹高) 20∼30m에 지름이 20cm 이상인 나무가 다반사로 쓰러지고 서 있기조차 힘든 급경사가 많기 때문에 매년 안전사고가 빈번하다고 한다. 쓰러지는 나무의 방향까지 계산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목재로 사용할 나무는 1.8m 또는 2.1m 길이로 잘라서 운반하게 된다.

작업이 시작되자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는 동식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하층에 자라고 있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철쭉, 각종 약초, 산나물 등 식물들이 마구잡이로 잘려나가고, 동물들의 터전은 망가졌다. 동물들은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거나 피신해야 할 것이다. 한 벌목 업자는 오소리가 쓰러지는 나무에 맞아 죽어서 간을 빼먹었다고 자랑을 한다.

그렇게 숲 세상이 뒤집어졌다. 하지만 더 풍요로운 생태계를 일구기 위해서는 전쟁 같은 고통을 거쳐야 한다. 간벌작업이 마무리될 즈음에 작업로 개설에 필요한 포클레인이 들이닥친다. 작업로는 목재용 나무를 운반하고, 추후 임산물을 재배하거나 작물을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작업로는 설계를 아무리 꼼꼼히 해도 실제 작업 과정에서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급경사지, 토양, 암반, 물길 등 현장 상황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저히 길을 낼 수 없을 듯한 경사에도 길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바위가 나오면 바위를 깨고 난간이 나오면 돌을 받쳐 길을 확보해 나간다.

비가 오면 노면이 미끄러워져 위험하기 때문에 작업이 전혀 진행이 안 된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더위와의 전쟁이다. 높은 악산이라 암반도 많고 경사도 가파른지라 작업은 난관의 연속이다. ‘악!’ 소리가 난다. 작업을 시작하고 약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울 산처럼 산속에서도 시야가 확보된다. 아무리 장비가 좋다고 해도 숲 가꾸기 작업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극한 직업이다. 이들의 땀으로 숲이 마법처럼 시원해져 간다.

-윤창효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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