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한미정상회담 트럼프 청구서 대처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허문명 논설위원
허문명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을 서둘러 만나고 싶을 것이다. 대외정책에서 북핵이 최우선 순위이기 때문이다. 부통령부터 국방, 국무장관에 중앙정보국(CIA) 국장까지 한국을 다녀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평양 우선(Pyeongyang First)’인지 한미 관계 중심인지도 하루빨리 파악해 같이 할 수 있는 건 뭐고, 그렇지 않은 것은 뭔지 가늠해보고 싶을 것이다.

文정부, 대북정책 신중할 듯

문 정부는 집권 경험이 있는 정부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북한을 둘러싼 동아시아 환경이 바뀌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워싱턴과 등지면서까지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을 재개하거나 당장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속도위반은 하지 않으리라 본다.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북한에 과거와 같은 햇볕정책을 시도하는 민심 이반책은 쓰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밀접하게 움직이면서 북한 문제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 믿는다. 청와대가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남북 관계 개선 드라이브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나 북핵 제재에 동참하며 교류는 인도적 차원에 한정하겠다는 기류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장 시급한 것은 10년간 단절된 남북 대화채널 재구축이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방위비 협상에서 미국과의 돈 문제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알려졌다시피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고 협상가다. 외교적 수사(rhetoric)에 주력하는 기왕의 정치인들을 경멸한다. 안보도 중요한 장사 아이템으로 본다. “한반도는 한국이 중심이고 미국은 손님”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백악관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두툼한 청구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바로 각론을 제시하는 스타일이다. 원론과 총론으로 준비하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동쪽을 공격하는 척하다 서쪽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에 거칠게 몰아붙이다(Fight back) 목표를 높게 제시한 후(Think Big) 큰 실리를 챙기는(High ball) 주도면밀함을 보인다.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여실히 보여줬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무임 승차론으로 압박하더니 직접 날아가 1100억 달러(약 124조 원) 규모의 무기수출 계약을 맺어 미 방산업계를 감격하게 했다.

미국의 속전속결 전략엔 장기전으로 대처하는 게 좋겠다. 일희일비하거나 쉽게 결론을 내지 말고 시간을 버는 전략이다. 지금 미국 내 트럼프 탄핵 여론이 절반에 달한다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트럼프와 각을 세우고 있는 CNN,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에 한국 입장을 잘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트럼프가 ‘방위비 청구서’를 내밀면 우리는 꼼꼼한 ‘지출 명세서’를 내밀자. 한국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쓰고 있으며, 최대 미국 무기 수입국이며 평택 미군기지 조성비용도 절반을 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참에 독자 핵잠수함 개발이나 전략자산 상시 배치, 미사일 사거리를 800km에서 1200km쯤으로 올리는 요구도 했으면 좋겠다.

무기수입국 다변화 전략도

문 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방산비리 조사는 국방 연구개발(R&D) 강화, 전문성 없는 연줄인사 청산, 미국 방산업체들의 로비 실태까지 명실상부 국방개혁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면 한다. 무기 수입을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로 다변화하는 카드도 유력한 협상카드다. 당당한 협상은 동맹을 더 공고하게 만든다. 문 대통령이 동맹의 가치를 견지하면서도 당당하게 협상하는 지혜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한미정상회담#트럼프 청구서 대처법#한미 자유무역협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